사업 도산 우려하는 중소건설사 발길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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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은행권에서 중도금 집단대출을 거부하면서 건설사와 은행을 연결하는 대출 모집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건설사와 은행권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며 수수료를 챙긴다. 다만 대출 모집인을 활용하는 구조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대출 모집인들은 과거 은행권에서 몸 담았던 경험으로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건설사가 느끼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건설사와 집단대출을 담당하는 은행권을 연결한다.   

    14일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계약 이후 집단대출이 불가능하면 사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은행권이 집단대출을 거부하면서 대출 모집인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대출 모집인은 개인이나 법인 소속으로 은행연합회에 등록해야 활동할 수 있다. 이들은 업무를 처리하며 계약한 기관으로부터 수수료를 챙긴다. 정해진 법정수수료는 없지만, 저축은행·여신금융에서 받는 수수료가 시중은행보다 높다.

    대형건설사는 집단대출을 담당하는 재무팀이 별도로 있어 대출모집인을 활용하는 사례는 드물다. 회사 신용도가 높아 집단대출 은행을 찾는 일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점도 대출 모집인을 찾지 않는 이유다.

    반면 중소건설사들은 재무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 또 사업지가 대형사보다 분양성이 떨어져 집단대출 은행을 찾기가 어렵다. 자칫 집단대출 은행 미결정으로 사업 도산 우려가 있어 대출 모집인을 찾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A건설 분양소장은 "최근 집단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친분이 있던 대출 모집인에게 연락이 왔다"면서 "구체적으로 몇몇 은행과 이자율을 제시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시중은행에서 집단대출을 축소하면서 대출한도가 작은 여러 제2금융권과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대출 모집인은 은행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이자율을 통일해주는 역할도 한다.

    최근 대출 모집인은 영업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특정 건설사가 필요한 집단대출 규모 정보가 공개되면 대출 모집인이 직접 해당 업체에 연락을 취한다. 대출금액과 이자율을 제시하며 계약을 끌어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 입장에선 대출 모집인들로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중은행에 집중된 집단대출이 제2금융권으로 넘어오면서 이들이 매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제2금융권 관계자는 "올 들어 대출 모집인과 협상을 하는 경우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집단대출을 축소하고 있어 선별적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중소건설사가 직접 은행과 이자율 등을 협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대출 모집인이 시장 효율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들이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면서 은행권이 이자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은 대출 모집인에게 지급한 수수료 보전을 위해 분양 계약자가 지급하는 이자율을 높여 회수한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건설사와 은행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면서 "수수료는 이자율 증가로 이어져 결국엔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대출 모집인 유무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은행이 대출 모집인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는 만큼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