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에 인색했던 GS그룹, 미르·K스포츠재단에 42억 낸 이유

재계에서는 기부 활동이 미진한 것으로 유명한 GS그룹이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 의혹과 관련 미르·K스포츠 재단에 총 42억원을 낸 것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사진)이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출연금을 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평소 기업의 사회적책임에는 소홀하다가 권력 눈치를 보고 바짝 엎드린 것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GS그룹은 재계 위상과 달리 평소 기부금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었음에도 이번 최순실 게이트 때에는 재계 순위 7위 위상에 맞게 총 42억원을 냈다.

그룹의 지주사인 (주)GS는 지난해 기부금이 3억원에 불과했고, 2014년에는 20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매출 12조3012억원, 영업이익 1조5818억원, 당기순이익 5093억원을 기록한 회사가 기부는 고작 3억원이었다는 것이다. GS그룹이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얼마나 소홀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464억원을 기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662억원, (주)SK는 559억원, 포스코는 630억원, 호텔롯데(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는 191억원, (주)CJ는 978억원, 대한항공(한진그룹 지주사 역할, 지주사는 한진칼)은 221억원을 기부했다.

상대적으로 (주)GS의 기부금 3억원은 먹튀 논란이 제기되는 일부 외국계 회사 수준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허창수 회장의 경영철학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주)GS는 이번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갹출에 빠졌다. 대신 GS칼텍스를 중심으로 GS건설, GS파워, GS글로벌, GS EPS, GS홈쇼핑, GS리테일, GS이앤알 등 총 8개 계열사가 최소 1억원에서 최대 6억3000만원을 갹출했다. 한 계열사당 평균 5억2500만원을 낸 셈이다.

이들 GS그룹 계열사들도 평소 기부에는 아주 인색했지만, 이번 출연금에는 일제히 동참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292억원, 2014년에는 179억원을 기부했다. GS건설은 2014년 28억원에서 지난해 37억원으로 기부액수를 늘렸다. 이외에도 GS파워는 13억원에서 31억원으로, GS글로벌은 2억원에서 3억원으로, GS홈쇼핑은 42억원에서 44억원으로, GS리테일은 8억원에서 27억원으로 기부액을 늘렸다. 

그나마 작았던 기부금을 늘린 것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다. 전경련은 이번 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시발점이 된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을 시켜 기업들에게 돈을 내도록 한 것이 현재까지 밝혀진 정황이다. 때문에 허 회장은 전경련의 수장으로서 이번 국정논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