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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미르·K스포츠 재단의 대기업 모금 창구였던 전경련. 그 수장이 어느 순간부터 자취를 감췄다. 전경련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및 하야 등 정권 자체를 흔들어 놓은 사건의 시발점이자 통로이다. 물론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시켜서 했다고 진술, 전경련의 최순실 게이트 핵심에는 이승철 부회장이 있다.
그럼에도 허 회장은 전경련의 수장이다. 마땅히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말 그대로 자신은 모르는 일이었다고 발뺌하는 것은 그야말로 '허수아비' 회장이었다는것을 자임하는 것에 불과하다. 허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3연임째 하고 있다. 아무리 상근부회장이 실무를 비롯한 내부 업무를 총괄한다고 하더라도, 허 회장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성난 국민과 여론은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서 기업의 어려움과 애로사항을 해결해야 할 전경련이 오히려 기업들에게 자금을 내도록 중개인 역할을 한 것은 말이 안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경련의 위상이 많이 추락했고, 그 역할도 불분명해졌다”며 해체론의 힘을 보탰다.
전경련은 해체론이 불거지자, 20~30대 대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회원 탈퇴를 만류하고 다닌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앞으로 잘 할테니까 회원 탈퇴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법적으로 전경련을 해체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단에서 해체를 결의하거나 회원사들이 대거 탈퇴해 자연스럽게 해체 수순을 밟는 방법 등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그만큼 전경련은 국민은 물론 회원사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이런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전경련 수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회장은 그 전면에서 빠져 있다. 전경련에는 이승철 부회장만 있고 허창수 회장은 없는 셈이다.
과거 전경련 회장은 재계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감투였다. 대한민국 기업인들을 대표하는 자리로 그 역할과 책임이 막중했다. 전경련 초대 회장은 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다. 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故 최종헌 SK그룹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 내노라하는 거목들이 회장을 역임했다.
이들은 한국경제를 이끌고 간다는 책임감을 갖고 소신있게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했다. 헌신하는 자세로 임했다는 얘기다. 마땅한 인물이 없어 억지로 떠밀리듯 3연임을 하고 있는 허창수 회장과는 차이가 크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전경련과 허창수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제라도 허 회장은 전경련의 잘못을 사과하고 대대적인 쇄신으로, 제 2의 전경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허 회장 본인도 사태 수습과 함께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만이 전경련이 살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