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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국내 거시경제정책에 혜안을 던지며 위상을 높였던 금융사 경영연구소의 존재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독립법인으로 존재하며 거시경제를 아우르던 연구소들은 하나 둘 금융사 안으로 자취를 감추고, 내부 사업 연구에 매달리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지주사와 은행이 운영 중인 금융·경제연구소 중 독립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두 곳 뿐이다.
하지만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하나금융연구소를 KEB하나은행에 흡수·합병키로 결정하면서, 금융권 내 독립 연구기관이 하나 더 사라지게 됐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금융연구소를 은행 내부조직으로 흡수하고, 은행이 추진 중인 빅데이터나 핀테크 사업 부문에서 협업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그동안 독립법인으로 존재하며 국내외 금융상황 전반을 아우르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그룹이 추진하는 사업을 지원하는 '인하우스 연구소' 성격이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금융사의 경영연구소 역할이 점점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경영연구소들이 꾸준히 경제 전망 보고서나 경제 정책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들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해왔지만 공신력이 미미하고 수익성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그동안 법인 형태로 운영된 하나금융연구소의 경우 지난 2014년과 2015년 각각 7000만원, 6900만원의 순익을 내는데 그쳤고, 같은 기간 우리금융연구소도 8600만원, 9100만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주로 계열사의 온라인 컨설팅 자료나 교육 관련 사업 등 연구 용역비로 수익을 얻는 구조지만 성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사들도 인건비나 운영 문제 등을 이유로 연구소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최소한의 인력을 유지하는데 힘쓰고 있다. 올해 경영연구소의 인력은 최소 20~50명이었는데 이는 5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동안 경영연구소에 대한 투자는 크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구소에서 나오는 경제 정책 분석 자료들의 전문성이 크다고 평가했지만, 매체의 발달로 다른 전문가의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본다"며 "그동안 대외적인 연구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내부에 필요한 연구나 분석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