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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제로금리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의미로, 국내 경제에 가해질 큰 충격이 우려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대선 전인 8일 1.85%였던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16일 2.30%로 45bp(1bp=0.01%포인트) 급상승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은 미국발 채권금리 급등으로 요동치고 있다. 지난 8년간 지속돼 온 미국의 '제로금리' 시대가 끝났음을 기정사실화하며, 시장은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사실 대선 전부터 미국의 채권금리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여왔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월 중순 1.7~1.8% 수준에서 대선 직전 이미 2.1%대로 상승한 것이다.
국제유가 반등세와 미국의 경기회복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 채권금리 급등으로 비상상황을 맞았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트럼프 당선 이후 50bp 가까이 급등했다. 이는 2013년 테이퍼 탠드럼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 속도다.
급기야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시장 안정화를 약속했다. 지난 18일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시장 불안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적시에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역시 채권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일본은행은 금리상승을 막기 위해 국채를 일정 가격에 무제한 매입하겠다는 금리 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한국경제는 1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로 인해 미국발 금리 인상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36∼60세 중장년층 대출보유자의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이 8천만원에 달했다. 가계대출 금리상승은 곧바로 이들 가구의 이자 부담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국내 시중은행은 이미 금리상승에 나섰다.
은행의 대표적 고정금리 상품인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신규 금리는 최근 연 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었다. 금융당국도 사실상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돌입해,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17일 14개 시중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내년에도 가계대출 영업을 확대하기보다는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둬 달라"고 주문했다.
금리급등으로 무엇보다 서민층이 큰 타격을 받게됐다.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확대는 저소득층, 자영업자, 고령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한계가구가 무너지면서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가처분소득의 40%를 넘는 집들을 뜻한다.
2013∼2015년 3년간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연평균 8.2%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증가율은 13%대(상반기 기준)로 대폭 상승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는 금융기관 부실화 등 시스템 리스크보다는 취약계층이 어려워지는 게 문제"라며 "정부도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