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첫 의심신고 후 일주일간 2개 도, 4개 시·군 발병농식품부 "새 유형 인체 감염 가능성 작아"… 사망률은 10%쯤 높아
  • ▲ AI 방역.ⓒ연합뉴스
    ▲ AI 방역.ⓒ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가 23일 조류인플루엔자(AI)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올렸다. 내륙지역에 있는 텃새(수리부엉이)에서도 H5N6형 고병원성 AI가 검출되고, 국내 최대 닭 산지인 경기 포천시 등 농가에서 의심 신고가 잇따르는 데 따른 조처다.

    농식품부는 이날 가축방역심의회 서면심의를 받아 AI 위기단계를 조정했다. AI 위기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구분한다.

    농식품부는 경계단계 돌입에 따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대책본부와 상황실을 확대 설치하고, AI 발생 시·도와 연접 지역 주요 도로에 통제초소를 설치했다. 발생 시·도 지역은 축산농가 모임을 금지토록 했다.

    농식품부는 24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닭·오리 등 가금류 관련 축산인과 농장·도축장 등 축산시설, 차량 등에 대한 전국적인 일시 이동중지 명령 발동 등 방역대책을 심의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당 지역 농가에 철저한 소독과 외부인·차량 출입통제, 축산농가 모임 자제, 철새도래지 방문제한 등 차단 방역을 빈틈없이 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일반 국민도 축산농가와 철새도래지 방문을 자제하고, 외국 AI 발생 지역을 여행할 때는 축산시설 방문 자제는 물론 불법 축산물 국내 반입을 삼가달라"고 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AI(H5N6형)는 지난 16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의 한 오리 사육농가에서 최초로 의심 신고가 들어온 후 일주일 만에 2개 도, 4개 시·군(전남 해남·무안, 충북 음성·청주)에서 발생하고 경기, 전북에서도 의심 신고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해남, 무안, 청주에서 각각 1곳씩, 음성에서 반경 3㎞ 이내 농가 4곳에서 발생하는 등 총 7개 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22일에는 포천의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 닭 수십 마리가 폐사해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포천을 포함해 고병원성 여부를 검사 중인 곳은 경기 양주(산란계·20일 신고), 전북 김제(오리·21일 신고) 등 모두 3곳이다.

    H5N6형은 국내에서 확인된 새로운 유형으로 과거 발생했던 H5N8형보다 병원성이 높은 것으로 검역본부는 추정한다.

    야생조류 감염 사례도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4건이다. 특히 강원 원주시에서는 텃새인 수리부엉이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

    정부가 AI를 옮기는 매개체로 철새를 지목하는 가운데 텃새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됨에 따라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모든 야생조류가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어서다.

    인체 감염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검역당국은 과거 발병유형보다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H5N6형의 인체 감염 위험성은 그동안 발생했던 H5N1형보다는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 설명으로는 세계보건기구에 공식 보고된 H5N6형의 인체감염사례는 2014년 4월 이후 중국에서만 16명이다. 이 중 10명이 사망했다. H5N6형 고병원성 AI는 라오스, 베트남 등지에서도 발생한 적 있지만, 인체감염사례는 보고된 게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견됐던 H5N1형은 2008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854명이 감염돼 450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H5N6형의 사망률에 주목한다. 발생 건수는 작지만, H5N1형의 사망률은 52.7%쯤인 데 비해 H5N6형은 62.5%로 10%쯤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