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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그룹 간의 자존심 대결로 여겼던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경쟁 구도가 깨지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 진에어가 올해부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과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21일 항공사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2014년 약 3510억원의 비슷한 매출액을 기록하며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였다. 2015년에는 진에어가 4612억원으로, 3780억원을 기록한 에어부산을 앞질렀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진에어가 5447억원, 에어부산이 매출 3325억원으로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제선 여객수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2014년 진에어(138만명)와 에어부산(126만명)의 여객수 차이는 불과 12만명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에어부산이 162만으로 진에어(213만명)보다 51만명 줄었고 올 들어 1~9월까지 진에어(277만명), 에어부산(162만명)으로 115만명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에서도 올해 진에어가 에어부산을 제칠 것으로 점쳐진다. 2014년 에어부산은 영업이익 205억원, 진에어는 169억원를 기록했다. 2015년에도 에어부산이 330억원을 기록하며 진에어(297억원)를 앞섰다.
하지만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익으로는 진에어 602억원으로 올해 LCC업계 1위 자리를 내다보고 있다. 반면 에어부산은 영업이익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누적 당기순이익(363억원)을 살펴보더라도 진에어의 영업이익 추월 현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2위 자리를 두고 펼쳐진 치열한 경쟁이 관전 포인트였다"라며 "하지만 올 들어 업계에서는 2위 경쟁이라는 수식어는 사라지고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1위 쟁탈전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 에어부산, 지역적 한계에 봉착 '우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에어부산이 지역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저유가와 여객 상승으로 항공사들의 영업 환경이 개선된 상황에서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양사가 누린 효과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어부산은 부산을 기반으로 한 지역항공사로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진에어에 비해 여객수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에어부산은 진에어처럼 여객기 등 기재 도입에 적극적인 투자가 힘든 상황이다.
현재 진에어의 항공기 운영 대수는 22대로 에어부산(16대)보다 6대가 더 많다. 항공사가 규모의 경제로 수익성을 창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어부산에게는 지역항공사라는 특색이 자칫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부산·경남을 기반으로 에어부산은 수도권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진에어보다 시장 규모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라며 "비행기 대수도 적극적으로 늘릴 수 없는 이유가 시장의 규모 차이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어부산은 이같이 부산을 거점으로 한 시장 규모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국제노선의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대구공항에 진출했다.
이는 에어부산이 2008년 첫 취항 이후 부산이 아닌 타도시에서 국제노선을 취항한 첫 사례다. 이 밖에도 에어부산은 해외 환승객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이며 수익성 확보에 힘을 다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장거리 노선과 관련해서는 "현재 에어부산에서는 장거리로 꼽을 수 있는 노선이 없다"라면서 "장거리 노선을 취항하면 외형적인 성장을 거둘수 있겠지만 실직적인 이익으로 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봐야할 일"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