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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확산하는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철새에 의해 새롭게 유입된 유형이라고 방역당국이 추정했다.
올 초 홍콩 대백로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이는 증식과 복제에 관여하는 PA 유전자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병원성이 강해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28일 국내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4건의 유전자를 분석한 중간결과 중국 광동성과 홍콩 등지에서 유행했던 바이러스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올 초 홍콩 대백로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H5 유전자는 98.94~99.24% 유사했다. N6 유전자는 99.06~99.13% 비슷했다.
이번에 분석한 4건의 시료는 충남 천안 봉강천(원앙), 전북 익산 만경강(흰뺨검둥오리)에서 검출된 야생조류 분변과 전남 해남(산란계), 충북 음성(육용오리) 등 농가에서 검출한 바이러스다.
이들 바이러스는 일부 내부 유전자에서 중국, 홍콩 등에서 유행했던 것과 차이를 보였다. 증식과 복제에 관여하는 PA 유전자는 상동성이 91.77~99.81%, NS 유전자는 96.84~99.64%로 각각 나타났다. PA 유전자에서 최대 8% 이상 차이를 보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PA 유전자 변이가 병원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차이를 보인 내부 유전자는 아시아, 유럽 쪽 야생 조류에서 기존에 발견됐던 저병원성 AI 바이러스 유전자로 분석됐다"며 "(2014년쯤) 중국에서 유행한 H5N6형 바이러스와 야생조류에 있던 저병원성 AI 바이러스 유전자가 재조합돼 생긴 유형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광동성, 홍콩 등에서 H5N6에 감염된 야생조류가 시베리아, 중국 북동부 지역의 번식지로 이동했다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유전자 재조합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김용상 농식품부 방역관리과장은 "예찰 활동을 통해 연간 38만건의 고병원성 검사가 이뤄지고 이번 H5N6형 AI의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국내에 있던 바이러스로 생각되지는 않는다"며 "현재로선 겨울 철새에 의해 새로 유입된 바이러스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농식품부 관계자는 "AI 발생 시기와 유형을 볼 때 우리나라와 같은 발생 선상에 있는 일본에서도 이달 초 돗토리와 가고시마에서 H5N6형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며 "일본 역시 기존에 없던 형태로, 철새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H5N6형이 중국에서 사람에게 옮겨져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사례가 보고됐지만, 현재까지 인체 감염 위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검역본부의 태도다.
검역본부는 인체 감염 위험성을 확인하고자 지난 24일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 바이러스 시료를 제공했다. 인체 위해성 여부는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AI 확산을 막으려고 지난 주말 이틀간 전국 가금류와 종사자 등에 대해 일시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졌지만, 바이러스 확산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28일 오후 2시 현재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정이 나온 농가 지역은 전남 해남(산란계)·무안(오리), 충북 음성·청주·진천(오리), 충남 아산(산란계), 경기 양주·포천(산란계), 전북 김제(오리) 등 5개도, 9개 시·군이다. 농가 수로는 총 32개소다.
세종시의 대규모 양계장을 포함해 AI 의심 신고가 접수돼 고병원성 여부를 검사하고 있는 지역은 7곳이다. 확진 또는 예방 차원에서 도살 처분한 가금류 수는 131만5000여 마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