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대차그룹
    ▲ ⓒ현대차그룹

    특검을 앞둔 상황에서 고령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이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 당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대외적인 이미지 및 신뢰도 추락으로 현대차그룹의 위상은 흔들리게 되고, 이는 결국 회사의 실적, 나아가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현대차그룹만의 문제는 아니고 증인으로 채택된 다른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가 내달 6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재계 총수 9명을 증인으로 불러 최순실 게이트 관련 청문회를 진행한다.

     

    정몽구 회장은 국내 재계 순위 2위의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수장으로, 국가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기업인이다. 그룹의 전체 임직원수는 15만명에 육박하고, 협력사들까지 합하면 고용을 통한 경제 기여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정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검찰 조사에 이어 청문회 증인으로 서야 할 판국이다.

     

    정 회장은 1938년생으로 한달 뒤면 한국 나이로 80세(팔순)가 된다. 청문회에 출석하게 되면 국내 역대 청문회 증인 중 최고령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1997년 한보사태 청문회 때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77세로 최고령이었지만, 약 20년만에 정 회장이 최고령 증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될 청문회에 언제 답변 시간이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대기해야 한다.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아 밤 늦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긴장한 상태에서 고령의 정 회장이 불편한 자세로 장시간 대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일부 총수들이 70세 이상의 고령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증인으로 채택된 재계 총수들의 평균 나이는 66.4세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38년생, 79세)이 가장 고령이고, 손경식 CJ그룹 회장(39년생, 78세)이 바로 한살 터울이다. 이어 구본무 LG그룹 회장(45년생, 72세), 허창수 전경련 회장(48년생, 69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49년생, 68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52년생, 65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55년생, 62세), 최태원 SK그룹 회장(60년생, 57세) 순이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68년생, 49세)은 가장 젊다.

     

    무엇보다 18명의 특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진실 규명에 초첨을 맞추기보다는 무조건 윽박지르고, 망신을 주는 행태의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금까지의 청문회가 대부분 그렇게 전개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누가 더 호통을 잘 치고, 면박을 잘 주느냐가 스타 국회의원이 되는 척도가 돼왔던 것도 사실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의 자괴감과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치권이기에 이번 청문회는 그 어느때보다 실랄하게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국회의원 역시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혹을 대신 풀어줄 의무도 있다.

     

    하지만 특검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번 청문회에서 새로운 사실과 진술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위해 200만명의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고 있다. 과거 무질서하고 폭력적인 시위가 아닌 질서정연하고 품격 있는 시위를 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번 청문회도 새로운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 본질에 충실한 품격 있는 청문회가 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중계로 진행될 청문회가 부작용보다는 순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국회의 책임있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