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세 진정 기미 없어 심각… 사육기반 붕괴 후폭풍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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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닭·오리 도살처분 물량이 69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어 사육기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의 산란계(알 낳는 닭) 사육농가와 충북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의 한 오리 사육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들어온 이후 지난 4일까지 전국의 가금농가에서 총 3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5일 밝혔다.
26건은 H5N6형 고병원성 AI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10건에 대해선 검사가 진행 중이다.
지역별로는 충북이 10건, 경기 7건, 충남 3건, 전남 3건, 전북 1건, 세종 1건 등이다. 7개 시·도, 18개 시·군 69개 농가에서 AI가 발병했다. 영남을 제외하고 전국으로 고병원성 AI가 확산한 것이다.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 69곳 중 46곳이 육용오리 농가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산란계 12, 씨오리 7, 육용씨닭 2 등의 순이다.
AI 확산 방지를 위한 예방적 조처를 포함해 3일까지 도살처분 후 묻은 닭·오리는 127농가에서 383만3000마리에 달한다. 산란계 26농가 238만2000마리, 육용오리 70농가 70만8000마리, 육계 2농가 21만8000마리, 육용종계 1농가 8만3000마리 등이다.
앞으로 21농가에서 305만9000마리를 도살 처분할 예정이어서 AI 확산으로 땅에 묻힐 닭·오리는 688만 마리에 달할 예정이다.
문제는 AI 확산세가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 주말인 3일에도 경기 포천·평택 산란계 농가와 양평의 육용오리 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4일에는 전북 정읍의 육용오리 농가와 경기 포천의 산란계 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이들 농가에 대한 확진 판정은 6일과 8일 각각 나올 예정이다.
영남 지역도 AI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겨울 철새가 철새 도래지인 영남 지역 등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는 데다 일부 밀집 사육지역의 경우 농장 간 전파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닭·오리 사육기반 붕괴로 말미암은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AI가 지나고 가금농가에서 닭·오리를 키워 다시 출하하려면 4~5개월은 족히 걸린다는 분석이다.
농가에서 가금류를 재입식하려면 우선 가금류 이동제한이 풀려야 하는데 첫 단추부터 쉽지 않다. 농식품부의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도살처분 후 30일이 지나야 이동제한 해제가 가능하다. 이동제한이 풀려도 축사 청소와 입식시험 등을 거쳐 재입식한 후 키우는 데 40여일이 걸린다. 이 기간 축산 농민들은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