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피해조사 졸속·공정성 의심정부 부처 간 엇박자… 현실성 결여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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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남해 바닷모래 채취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태도인 가운데 어민과 수협이 정부의 피해조사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 간에도 대응에 엇박자를 내고 있어 어민들의 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28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정부는 남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바닷모래 채취 기간 연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경남 수산기술사업소 고성사무소에서 국토부 등 정부와 남해 EEZ 골재채취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바닷모래 채취 관련 피해조사 결과 재검토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전남대학교에 의뢰해 어업피해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는 '어업피해가 매우 적고 어업생산량 감소와 골재채취의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나왔다.
국토부는 이날 "남해 EEZ 골재채취 물량 소진으로 즉각적인 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간 연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어민과 수협은 정부 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어민은 경상대학교 김우수 교수 등 다른 전문가 견해를 들어 피해조사의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김 교수와 어민은 피해조사 결과보고서가 바닷모래 채취 해역의 해양생태계 먹이망 구조에서 원생동물과 플랑크톤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지 않고 단순히 주요 종의 현황만 기술했다고 지적했다. 바닷모래 채취에 따른 변동 내용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부유 모래가 확산하는 범위 안에서 조업하는 어업현황과 어업량 변화를 살펴야 하는데도 관련 내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부유 모래로 말미암은 어업피해 범위와 정도를 추정하는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고 연구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분석·평가가 이뤄졌다는 견해다.
어민은 "정부 조사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이 있으므로 정확한 피해조사부터 하자는 데 국토부가 기간 연장을 강행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어민과 수협은 어업피해 최소화를 위한 정부 대책도 현실성이 없고, 부처 간 대응도 엇박자를 낸다고 꼬집었다.
해수부는 지난 27일 경남 수산기술사업소 남해사무소에서 열린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 관련 협의회에서 어업피해 최소화 방안으로 △금어기 골재채취 금지 △월류수 방류 때 부유 모래 최소화 기술검토 △모래 채취 후 해저면 평탄화 등을 제시했다.
대책위는 해수부 제시안은 실질적 피해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견해다. 해저면 평탄화 작업의 경우 국내에는 기술을 보유한 곳이 없어 외국업체에 맡겨야 하는 데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없다고 부연했다.
부처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토부는 해수부 제시안 중 금어기 골재채취 중단만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어민 반발에 어업피해조사에 대해 추가적인 보완조사를 제시한 상태다. 시간상 전면적인 재조사는 불가능하다는 태도다.
대책위는 "추가 재조사는 필요하지만, 또다시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면 아무 소용 없을 것"이라며 "어업피해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게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책위는 정부가 다른 대안 마련에는 손을 놓고 해양생태계와 어장을 파괴하는 바닷모래 채취가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주장한다고 성토했다.
대책위는 "2008년 남해와 서해 EEZ에서 골재채취를 허가한 이래 바닷모래를 통한 골재 수급 비율이 40%에 육박한다"며 "한때 세계 최대 바닷모래 채취국이었던 일본은 전체 골재 중 바닷모래 의존이 4%쯤으로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수협 수산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수산업 피해현황과 대응 방안'을 보면 일본은 암석을 파쇄해 만든 파쇄석 골재사용 비중이 1970년 32.6%에서 2013년 60%로 최근 40여년 간 2배쯤 늘어났다.
대책위는 "바닷모래 채취가 어장을 파괴해 수산자원 멸실을 가져온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바닷모래 채취를 포함한 골재 수급방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