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하나노조 해산으로 특별기금 전직원 배분기금 청산 과정시 갈등 발생…가처분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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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외환·하나 노조가 지금까지 쌓아둔 기금을 각 은행 직원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해산해버렸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옛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마지막 대의원대회를 열고 기존 노조를 해산했다.
외환 노조는 해산에 앞서 지난해 말 기준 18억6000만원에 달하는 특별 회계기금을 현물 청산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6087명에 달하는 외환은행 직원들은 각 30만원에 해당하는 물품을 받게 됐고, 남은 특별기금 2900만원은 조계종 결손 가정 아동에게 지원키로 결정했다.
하나은행 노조 역시 18일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해산과 함께 특별기금 63억6700만원을 모든 직원들에게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 하나은행 직원 8659명은 여행용 가방, 홍삼대정세트 등 37만원에 달하는 물품을 받았고, 이 가운데 노동 조합원인 7034명은 43만원 규모의 국민관광상품권도 따로 제공받았다.
두 노조 모두 기금 청산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저 외환은행 노조의 경우 18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배분하는데 있어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방적으로 현물 청산을 결정한 뒤 이틀 만에 직원들이 물건을 선택해 가져가도록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회의장에서 일부 직원들은 왜 특별기금을 KEB하나은행 통합노조에게 이임하지 않았는지, 현금으로 배분할 수 없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근용 위원장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쌓아온 특별기금 규모가 달라 단순히 합치는 것은 지부 이기주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통합 노조에 넘겨주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견차이가 있어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현금 배분을 할 경우 퇴직 직원들의 반발이 클 수 있고 그동안 납부한 기금도 직원들마다 전부 달라 현금 청산이 어렵다"며 "과거 노조 청산 사례를 따라 현물 청산했다"고 언급했다.
외환은행보다 상대적으로 특별기금이 많았던 하나은행 노조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KEB하나은행 통합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된 김정한 위원장이 특별기금 청산을 반대하고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지방법원이 지난달 28일 특별기금 분배방법은 기존 노조가 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후에야 63억원의 기금 청산이 이뤄졌다.
한편, 이날 열린 대의원대회에 새로 당선된 통합 노조위원장이 오지 않은 것을 두고 일부 직원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창근 대의원장은 "여러분이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인식하길 바란다. 이건 비정상적"이라며 새로 당선된 통합 노조와 갈등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결국 통합 노조는 단 한 푼도 전달받지 못한 채 지난 2일 조촐한 출범을 맞이했다.
KEB하나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제일 먼저 노조 선거를 끝냈지만 아직 공식 업무를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KEB하나은행 노조가 '통합' 타이틀은 달았지만 옛 노조들은 마지막까지 각자의 입장만 고수했다"며 "새로운 조직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갈등만 심화시키고 떠났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