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포저 800억, 충당금 400억 쌓았지만 패소시 추가 적립 부담법무법인 김앤장·율촌 '제각각', KEB하나은행 소송 결과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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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모뉴엘 그림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기 대출 관련 무역보험공사와 보험금 지급 소송을 벌일 때만해도 승리를 확신했지만 최근 수협은행이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불안감이 은행권 전체로 번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6일로 예정했던 KEB하나은행과 무보 간 모뉴엘 수출채권 보험금 반환 소송 1심 판결일을 오는 22일로 연기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중견 가전업체인 모뉴엘 사기 대출과 관련 무보를 상대로 916억원에 달하는 보험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허위 수출자료로 은행에 수출채권을 매각한 모뉴엘이 이를 결제하지 못하면서 은행권은 무보의 단기 수출보험(EFF) 관련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무보가 이를 거절하면서 법적 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당초 은행들이 승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지난 달 법원이 수협은행 패소를 결정하고, 은행에도 책임을 지웠다.
은행에 불리한 결과가 나온 가운데 판결 선고일까지 미뤄지면서 하나은행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모뉴엘 관련 800억원에 달하는 익스포저를 대비하기 위해 절반인 400억원을 미리 쌓아뒀지만 재판에서 질 경우 나머지 금액인 400억원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승소하면 미리 적립해둔 충당금 환입 효과로 연간 실적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반면 패소시 충당금 추가 적립이라는 부담을 안고 가야하는 만큼 소송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KEB하나은행은 22일 재판에서 만약 패소할 경우 항소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한편, 모뉴엘 사태로 소송을 진행 중인 국민·기업·농협·산업은행도 KEB하나은행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수협은행 소송의 경우 재판부가 무보의 손을 들어줬지만, 모뉴엘이 거래한 수출기업과 거래 형태가 각각 달라 은행들이 개별 사례로 소송을 진행해 판결이 다를 수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의 소송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이 제각각 다른 점도 또다른 변수다.
수협은 법무법인 율촌에서 소송을 진행했지만, 하나은행을 비롯한 나머지 은행들은 모두 김앤장이 소송 대리인을 맡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김앤장이 변호를 맡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예정 선고 기일이 가장 빨랐던 KEB하나은행의 판결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은행권은 주로 김앤장, 율촌, 세종에서 법률 자문을 구하는데 법무법인에 따라 소송 결과가 다를 경우 패소한 곳과는 더 이상 거래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