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대출 잔액 34조, 전년比47% 증가서울 짒값 상승·수도권行 세입자 크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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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오르는 서울 전셋값에 지쳐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탈(脫)서울 세입자들이 늘면서 은행 전세대출도 덩달아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의 지난해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34조4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3조6636억원에 그쳤던 2015년보다 10조 3849억 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한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증가액(5조8118억원)을 두 배 가량 뛰어넘으며 역대 최대 규모의 증가액을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0년만해도 2조3196억원에 불과했지만,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3조500억원 가량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에는 전세대출 연간 증가액이 5조원을 넘어섰고, 누적 잔액도 17조 8158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더니 지난해에는 20조원, 올해는 30조원을 가뿐히 넘겼다.
업계에서는 서울 지역 전셋값이 오르는데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경기도로 이주해가는 전세난민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평균 전셋값은 지난 2016년 말 2억2051만원이었지만, 경기도 전체 평균 전셋값은 2억5168만원을 기록했다.
경기도 전셋값이 서울보다 약 60% 수준에 불과해 서울을 빠져나가 가까운 경기도에 둥지를 튼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소득수준이 크게 늘지 않은 것도 은행 전세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0.1% 감소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집값은 치솟고 있어 은행 전세대출에 기대는 세입자가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경기도에는 새 아파트 입주가 많고 분양가나 매매가가 서울보다는 저렴한 편"이라며 "전세금이 계속 오르고 있어 탈서울 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