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상승·반도체 수출폭 커질 듯

  • ▲ 우리나라의 1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하며 4년 만에 처음으로 두자릿수 증가폭을 기록했다. ⓒ 뉴시스
    ▲ 우리나라의 1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하며 4년 만에 처음으로 두자릿수 증가폭을 기록했다. ⓒ 뉴시스


우리나라의 1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하며 4년 만에 처음으로 두자릿수 증가폭을 기록했다. 3개월 연속 수출이 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고 있지만 시장은 애써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미국 트럼프발(發) 환율전쟁이 시작되면서 모처럼 찾아온 수출 활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우리나라의 수출 확대가 자칫 미국 보호무역의 타깃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또 미국이 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지 모른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 수출입銀 "1분기 수출 10% 상승" 전망

1월 수출이 큰폭으로 상승한 데는 반도체·석유화학 등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의 실적이 나아진 데 있다. 반도체의 경우, 스마트폰 탑재 용량 증가와 메모리 단가 상승에 따라 사상 최대 수출실적을 갈아치우고 64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당분간 수출 호실적은 계속될 전망이다. 2일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1분기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내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은 관계자는 "미국, 유로존 등 선진국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유가 및 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 단가 상승 등으로 수출 물가도 개선되고 있다"면서 "1분기 수출의 두 자리수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새 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수출 환경 급변 가능성, 선박 등 일부 주력 품목 부진 지속 등의 영향으로 수출 상승폭은 축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올해 첫 수출 성적표를 경기 회복의 지표로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유가 상승에 따른 제품 단가 상승으로 수출액이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늘어난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월 수출이 워낙 좋지 않았던 탓에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 ▲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이 언제든 우리 수출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 뉴시스
    ▲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이 언제든 우리 수출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 뉴시스


  • ◇ 트럼프發 환율전쟁에 기업들 수출 걱정 '한숨'  

    국내 수출 회복이 자칫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균형을 주장하자 우리 정부는 미국산 수입 확대를 위한 산업으로 셰일가스 카드 등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다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이 언제든 우리 수출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트럼프노믹스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록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전일 원/달러 환율 종가는 전일보다 4.0원 하락한 달러당 1.158.1원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83일 만에 최저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1일 "중국이 무슨 짓을 하든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일을 했는지 보라"면서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이를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했다. 

    중국와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맹비난한 것이다.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출기업에는 호재지만 하락 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국내 제조업 상장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0.05%P 하락하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미국의 압력에 따라 중국 위안화와 한국 원화 10%씩 절상될 경우, 우리 경제 성장률은 0.4%~0.6^P 하락할 것으로 봤다. 

    현재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국 측의 압박이 어느 방향에서 튀어나올지 몰라 불확실성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