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릴 국내 발주액 약 3조1000억, 대우조선 가장 많아조선업계, 실제 파산시 시추설비 인도 연기 등 손실 최소화 방안 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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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중공업

     

    국내 조선업계가 최근 외신을 통해 전해온 소식에 긴장하고 있다. 글로벌 해양시추업체인 노르웨이 시드릴(Seadrill)이 저유가에 따른 자금난으로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드릴은 국내 조선업계 최대 해양시추설비 발주처로 현재 국내에 발주한 금액만 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시드릴 파산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조선사들이 막대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8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시드릴은 최근 10억 달러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두고 현지 채권단과 협상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재무구조 개선안에는 시드릴이 회생할 수 있는 신규자본 확충, 차입금 만기연장 등이 포함됐다. 현지에서는 수년 전부터 지속된 유가 폭락과 해양시추 업황 악화 등이 협상 부진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시드릴 CEO인 퍼 울프는 파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퍼 울프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예상보다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챕터 11'(미국 연방파산법상 파산보호신청)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는 예상 밖의 악재에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당장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7일 삼성중공업 주가가 장중 7% 이상 하락하는 등 시장 반응은 민감하다.

     

    현재 시드릴이 발주한 물량을 건조 중인 국내 조선사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등 3곳이다. 이들이 수주받은 해양시추설비는 총 5척으로 금액은 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진행 중인 빅3 전체 해양시추설비 계약의 약 22%에 이른다.

     

    통상적으로 조선사들은 계약 당시 30%를 선수금을 받고 나머지 70%는 인도 시점에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볼 때 국내 업체들이 앞으로 인도대금으로 받아야 할 금액은 약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드릴이 파산한다면 최악의 경우 2조원을 떼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드릴로부터 수주한 금액이 가장 많은 대우조선해양은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3년 11억1000만 달러(약 1조 2640억원)에 드릴십 2척을 수주했다. 지난해 인도 시점이 한 차례 연기되면서 2019년 1월 인도될 예정이다. 유동성 악화가 다시금 제기되는 현 시점에서 이같은 악재를 또 한번 접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는 3월 시드릴에 드릴십 2기를 인도 예정인 삼성중공업은 인도 연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시드릴이 발주한 해양시추설비 대금 10억4000만 달러(1조1900억원) 가운데 30%만 받은 상태다. 인도가 연기될 경우 대금을 최대한 받아낸다는게 삼성중공업의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시드릴 시추설비 인도가 연기된다고 하더라도 올해 50여척 인도가 예정돼 있어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인도 연기 시 시드릴 측과 협상을 통해 인도대금을 최대한 회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드릴이 파산한다면 선수금 30%를 돌려줄 이유가 없다. 따라서 유가 추이를 고려해 시추설비를 나머지 70% 이상 가격대에 팔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시드릴로부터 지난 2011년 5억7000만 달러(약 6500억원) 규모의 반잠수식 시추선 1척을 수주했다. 이 선박은 지난해 9월 시드릴 측이 납기 지연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현재 영국 법원에서 법정 공방 중이다.

     

    당시 계약금액은 약 6700억원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이미 손실처리한 바 있어, 시드릴이 파산하더라도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드릴 파산으로 인한 파장이 벌써부터 우려된다"면서도 "국내 업계는 이미 손실처리를 했거나 인도를 연기한 한 바 있어 당장 악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실제 파산 시 인도하지 못한 시추설비를 시장에 팔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같은 저유가 시대에 매각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