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기업 속한 협회 필요… 대기업 독과점 막을 보호 장치 있어야
  • ▲ 한국엘리베이터협회는 국민안전처의 새 협회 설립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 뉴데일리
    ▲ 한국엘리베이터협회는 국민안전처의 새 협회 설립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 뉴데일리

국민안전처의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안전처가 개정안에 현대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등을 포함한 ‘새 협회’ 설립 조항을 마련, 사실상 대기업 위주로의 업계 재편을 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는 협회 설립 항목과 관련, 내부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한국엘리베이터협회(회장 김기영)의 설립목적과 비교해 차별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민안전처는 산하 협회의 부재 및 기존 단체에 ‘주요 기업’들이 가입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새 협회 설립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한국엘리베이터협회는 “국민안전처가 협회를 배제시키려함이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처사”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기영 회장은 ‘승강기 산업발전과 업계 생존을 위하여 드리는 제언문’을 통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독점적 위치에서 일방적인 정책과 규제를 시행하는 방법으로 운용될 것이 자명하다”며 국민안전처의 ‘새 협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협회 측의 우려는 크게 세 가지다. 대기업이 사실상 새 협회를 좌지우지해 승강기 산업을 왜곡시킬 수 있고, 정부 정책이 대기업 중심으로 기울 수 있는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   

그러나 협회가 가장 크게 경계하는 부분은 ‘보호 장치의 상실’이다. 막강한 자금력과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대기업이 중·저속 엘리베이터 분야까지 ‘먹어치울’ 경우를 대비한 ‘잠금장치’의 부재를 염려하는 것이다. 

협회는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저속엘리베이터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기업의 시장교란을 자제토록 한다”는 취지의 대응이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설사 요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국민안전처의 협회 설립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제8장 안전산업 진흥 및 협회의 설립 등’의 항목 중 ‘제 69조(승강기협회의 설립)’와 ‘제70조(회원의 자격)’이다. 

제69조는 “승강기사업자는 품위 유지, 기술 향상, 승강기사업자간 교류협력, 그 밖에 승강기 안전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국민안전처장관의 인가를 받아 승강기협회를 설립할 수 있다” 이다.

논란의 핵심은 제70조다. 세부 항목을 보면 △승강기사업자 △승강기와 관련 하여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조합의 회원 △승강기부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자 등에 하나라도 속하면 회원사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에게도 문을 열어놓은 셈이다.

일각에선 새 협회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존 협회에 업계 선도 기업이 빠져있어 업계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만약 국민안전처 주도의 새 협회가 만들어지면 업계의 발전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렇듯 개정안을 둘러싼 국민안전처와 협회 간 기 싸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엘리베이터 업체들과의 경쟁도 힘든데 엉뚱한 협회 설립 논란으로 이중 삼중 고통을 받고 있다"며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