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자은행 전망 무색, 하반기 '금리인상' 논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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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기점으로 한국에서 금리 인하 목소리가 현저하게 잦아들고 있다.앞서 모건스탠리 등 국제투자은행들이 한국의 경제를 부양하려면 미국 중앙은행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로 촉발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무제한 통화공급에 나섰던 것처럼 한은이 과감한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셈이다.다만 미국 금리인상 시점이 늦춰진다면 한은이 2분기에 금리를 단행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은 있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올해부터 6주 단위로 열려 앞으로 4월, 5월, 8월, 10월, 11월 등 다섯 차례를 남겨두고 있다.한은은 지난달 23일 금통위에서 8개월 연속 만장일치로 연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가계부채가 작년에 1344억원으로 141조원이나 늘면서 사상 최대 행진을 지속해 부담으로 작용했다.이번 금통위는 1분기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인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채권시장 내부에선 이번 금통위가 열리기 전에 우세하던 금리 인하 전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전문가들은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갔고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추가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연준은 이달 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5∼0.75%로 유지했으나, 전 세계 금융시장에선 3월 인상 가능성이 유력하게 나온다.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미국 금리 인상 재개와 한국 대통령 선거 가능성을 고려하면 1분기가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며 "한국 금리 동결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2%대 성장률 고착화로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으나 실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해 물가 측면에선 부담이 커졌다. 또 미국 정책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지면 양국 기준금리 역전도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도 금리 인하보다 인상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금통위는 이미 경기 상황보다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완화 기조를 유지해왔다"며 "연내 금리 동결 후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리 격차 확대, 가계부채 문제를 고려해 내년에 인상 가능성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정부가 이르면 2분기나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가능성이 있지만,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수단이 줄어들어 성장세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통화정책 카드가 사실 소진된 것이 맞다"며 "세계 성장률 추이와 한국의 민간 부분 경제활동 정상화, 다음 정권이 변수"라고 언급했다.일각에선 아직 한은이 연내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여지는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 시기가 6월로 예상보다 늦어지면 한은이 2분기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이 6월에 이뤄질 수 있다"며 "2분기에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올해 말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0.25%포인트 낮은 연 1.00%로 제시했다.이달 초 모건스탠리는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고 골드만삭스와 HSBC, JP모건은 2분기 인하로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연 1.00%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