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진출로 '전성시대' 도래…가파른 영업이익률 시현높은 고위험 사업 비중·치열해진 경쟁 '우려'
  • ▲ 자료사진. 수도권 한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 전경. ⓒ뉴데일리경제 DB
    ▲ 자료사진. 수도권 한 아파트 단지 공사 현장 전경. ⓒ뉴데일리경제 DB


    금융당국으로부터 전업 부동산신탁회사로 인가받은 곳은 총 11개사로, 그중 상위 4개사가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투톱' 체제를 이루고 있는 한국토지신탁(이하 한토신)과 한국자산신탁(이하 한자신)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매출액 기준 점유율 1위인 한토신 아성에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인 한자신이 도전하는 모양새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토신의 지난해 매출은 1779억원으로, 전년대비 28.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39억원으로 28.0%, 당기순이익은 859억원으로 26.0% 각각 증가했다. 실적 확인이 가능한 1997년 이후 최대 성적이다.

    이는 인천검단 지식산업센터·청주오창 주상복합 등 본격적인 분양사업 추진으로 수수료 수익이 증가하면서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만 7개 현장이 늘어나면서 신탁사업 수수료도 덩달아 증가했다.

    한토신 측은 "준공이 임박할 때 매출 인식이 많이 이뤄지는데, 지난해 4분기 경북 안동시와 경기 양평군 등에서 준공 현장이 다수 있었다"며 "신규수주 약정액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자신은 지난해 매출이 1364억원으로 전년대비 43.1%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961억원, 731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64.7%·73.5% 늘어났다. 한자신 역시 2002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매출 기준 점유율 업계 1위인 한토신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MDM그룹에 인수된 2011년 당시 한자신 매출은 한토신의 25.2%에 불과했다. 하지만 편입 이후 매년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심지어 2015년 68.9%까지 치고 올라간 한자신 실적은 지난해 76.7%를 기록, 한토신을 턱 밑까지 쫓았다. 

    실제로 신규수주와 수익성은 이미 한토신을 넘어선 상태다. 업계 '왕좌'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자신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0.4%로 전년보다 9.28%p 높아졌다. 한토신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64.0%다. 양사의 연간 영업이익률 추이는 성장세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한토신은 △2014년 56.4% △2015년 64.5% △2016년 64.0% 등 안정적 성장세를 기록한 데 비해 한자신은 49.3→61.2→70.5% 등으로 가파른 성장 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신규수주도 한자신이 앞섰다. 한자신은 전년대비 31.6% 증가한 2270억원을 기록했다. 한토신은 같은 기간 3.4% 증가한 1762억원의 신규수주를 달성했다.

    신탁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사업 진출이 가능하게 된 도시정비사업과 뉴스테이 등 영역에서 두 회사의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며 "머지않아 주요 수익 모델인 신탁사업보다 부동산개발사업의 비중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양사 모두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경쟁구도가 한층 더 치열해졌다. 한토신은 지난해 7월11일 코스닥시장에서 코스피시장으로 이전 상장했고, 한자신은 이틀 뒤인 13일 코스피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양사는 모두 일선 현장에서의 한층 더 심화된 수주전에 대비, 진열을 정비하고 있다. 한토신은 기존 1개팀이던 도시재생팀을 2개로 늘리고, 인원도 4명에서 8명으로 증원했다. 한자신은 정비사업을 담당하는 도시재생사업실뿐만 아니라 사내 13개팀 모두 수주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중도금대출 규제 강화와 11·3대책 이후 높아진 청약 문턱, 입주물량 증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올해 주택시장 불확실성을 점쳤지만, 신탁업계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신탁사가 진출할 수 있게 된데다 뉴스테이와 같은 새로운 사업에도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소규모 재정비 특례법'이 신설되면서 도시재생사업에서 신탁사의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대형 사업지 중심의 도시정비를 1인가구 시대에 맞춰 소형 사업지 중심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제도다.

    A금융투자 연구원은 "부동산 규제 강화로 신규주택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지만, 신탁사의 신규수주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전체 주택시장에서 신탁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고, 재건축시장에서도 수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B증권 연구원은 "한자신과 한토신은 수주잔고 증가 효과로 매출이 늘고 있다"며 "미분양주택이 증가하는 것과 같은 주택 관련 리스크 요인이 불거지지 않는 한 적어도 2018년까지는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높은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으로 고민이 깊다. 한토신의 지난해 신규수주액 중 차입형 신탁이 차지하는 비중은 94.7%(1669억원)에 달하며, 한자신 역시 78.9%(1792억원)이 차입형 신탁이다.

    신탁업계에서는 '꽃'으로 불리는 차입형 신탁은 신탁사가 토지주를 대신해 개발계획 수립·자금조달·공사발주·관리운영 등 시행업무를 맡는 것이다.

    문제는 분양 등에 성공하면 신탁사도 이익을 얻게 되지만, 실패할 경우 자기자본 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때문에 단순히 사업만 관리하는 관리형 토지신탁에 비해 신탁보수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전형적인 '고수익 고위험' 상품인 셈.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익성과 성장성이 좋아졌지만, 차입형 신탁 보수가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어 향후 부동산 경기 및 금융시장 상황이 변하면 수익성 악화나 NCR(영업용순자본비율) 하락 등의 리스크가 늘어날 수 있다"며 "차입형 신탁 증가 추이 및 주택분양시장 동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종 내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집계 결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한토신의 차입형 신탁 시장점유율은 36.3%로, 2015년 말에 비해 8.6%p 줄어들었다.

    윤성국 나이스신평 선임연구원은 "업계 1위 한토신의 점유율은 감소하는 반면 하나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의 점유율은 오르고 있다"며 "신탁사의 차입형 신탁 참여가 확대되면서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토신은 M&A 등으로 공격적인 사세확장을 이뤄낸 차정훈 회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지배하고 있다. 한토신은 원래 한국토지공사 산하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회사다. 현재 차 회장이 이끄는 회사는 엠케이인베스트먼트·엠케이전자·코레이트자산운용(옛 마이에셋자산운용)·유구광업·신성건설 등이다.

    2001년 설립된 한자신은 성업공사가 1991년 출자해 세운 '대한부동산신탁'과 한국감정원이 출자해 만든 '한국부동산신탁'이 모태다. IMF 외환위기 당시 두 회사가 부실화되자 우량 자산과 인력을 떼어내 한자신을 만들었다. 2010년 공기업 민영화 대상이 돼 매물로 나왔고, 문주현 회장이 이끄는 MDM그룹에 2011년 인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