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농식품부 "국내 유통되는 브라질산 닭, 부패 닭과 상관 없어"치킨 업계 "문제 없더라도 소비자 우려 불식시키기 위해 브라질산 닭 사용 중단"
  • ▲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TV 캡처
    ▲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TV 캡처


    "순살치킨은 다 브라질 썩은 닭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네요. 치킨 시켜 드실때 무조건 뼈가 있는 닭을 드시는게 좋을 듯."(아이디 bl***), "우리동네 닭강정 다 브라질산 쓰던데, 햄버거 패티에 들어가는 닭다리살 전부 브라질산 아냐?"(to***), "순살치킨 먹지 마라. 그거 전부 다 브라질 닭이야(ss***)"

    브라질산 썩은 닭고기 파문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문제가 된 브라질 닭고기는 국내로 수입한 적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SNS 등 인터넷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들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제가 없는 닭까지 브라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썩은 닭고기' 취급을 받고 있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브라질에서 문제가 된 작업장에서 생산된 닭은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국내로 수입된 적이 없다"며 "한국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작업장에서 생산된 축산품만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데 문제가 된 작업장은 등록되지 않은 곳이라서 수입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진국 수준에 맞게 식약처와 농림부가 수입 축산물에 대한 검역을 철저히 하고 있다"며 "국내에 유통되는 브라질산 닭고기는 이번에 문제가 된 부패 닭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따르면 축산물 부정유통으로 문제가 된 브라질 내 조사 대상 21개 작업장의 육류 수출대상국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작업장은 닭발, 닭고기, 부산물, 칠면조 고기, 소고기, 꿀 등을 홍콩,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등 30여개 국가로 수출했지만 한국은 수출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된 21개 작업장 중, 국내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브라질 업체 'BRF(5개 육가공장)'의 작업장이 일부 포함 돼 있어 소비자들은 찜찜한 기운을 떨쳐낼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식약처 수입검사관리과 관계자는 "같은 회사라고 해도 작업장이 다르기 때문에 생산되는 제품도 다르다"며 "식약처와 농식품부가 협업해 수입 직전 다각도의 검사를 마친 뒤 통과된 제품만 수입하기 때문에 위생과 질병 측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통관시 식약처가 실시하는 정밀 검사는 지난해 기준 470건(1만1000톤, 12.3%)이었으며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적은 없었다. 

    농식품부 검역정책과 측도 "국내로 들여오는 모든 축산물의 등록 서류, 검역 증명서, 현물 검사, 잔류 물질 검사 등을 전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어 브라질산 수입 닭고기에 대한 현물 검사를 강화하고 브라질 수출작업장 현지 조사도 앞당겨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닭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기준으로 10만7000톤. 이 중 브라질산은 약 83%인 8만9000톤을 차지했다. 브라질산 중 BRF의 수입량은 절반 가량인 1800여 건, 4만2500톤이며 나머지는 9개 육가공장에서 수입한다.

    수입 닭고기 중 브라질산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브라질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 국가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닭고기 생산량이 많은 미국이나 유럽 등도 AI 발생국이기 때문에 브라질산을 대체할 나라가 많지 않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브라질산 닭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약처와 농림부는 '국내에 유통되는 브라질산 닭고기는 안심하고 믿고 먹어도 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건 우리가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식품의 위생과 질병 측면에서의 검역 관리까지만 정부의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에 국내 치킨 업계는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업계가 사용하는 모든 브라질산 닭은 정부의 검역을 통과한 제품이지만 비난의 화살은 대부분 정부가 아닌 업계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BRF의 닭고기를 일부 사용한 '맘스터치'는 문제 발생 직후 BRF 제품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순살조청치킨, 케이준강정, 강정콤보 판매를 중단했다. 정식 수입통관 절차를 거쳐 유통된 제품이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를 고려해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BRF가 아닌 다른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던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버거킹은 국내산과 브라질산 닭고기를 혼합해 패티를 만든 크런치 치킨 판매를, CJ제일제당은 고메 순살크리스피 생산을 중단했다.

    BBQ와 bhc, 굽네치킨, 교촌치킨, 네네치킨 등 주요 치킨 업체는 100% 국내산 닭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들이 "순살치킨은 다 브라질 산"이라고 오해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는 "순살치킨도 100% 국내산"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하는 모든 수입 통관 절차를 다 따르고 위생적인 제품만 사용해왔는데 소비자들은 브라질산 닭고기를 쓴 업체만 욕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안전성을 입증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없애줘야 하는데 오히려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문제 없다고 발표했고 브라질산 닭고기를 생산하는 해당 업체로부터 공문도 받고, 회사 자체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명확하게 나왔지만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나쁜 재료를 쓴 부도덕한 기업으로 비춰져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제품 판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문제가 된 브라질 내 축산물 부정유통과 관련해 수입축산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일부터 수입 검역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현물검사 비율을 현재 1%에서 15%로 확대하고 외교부 및 주한브라질대사관 등 외교경로를 통해 문제가 된 작업장 목록 등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오는 8월 예정된 정기 수출작업장 점검 일정을 앞당겨 추진하고 점검시 문제가 된 작업장을 포함시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닭고기 값을 잡기 위해 브라질산 닭고기에 대한 할당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혀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량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할당 관세가 면제될 경우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가격은 1㎏당 현 1750원에서 1450원으로 낮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