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총서 주주가치 제고 요구 '빗발'야권 사외이사 재신임에 '줄서기 인사'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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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성재용 기자·김새미 인턴기자] "다양한 방식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단시일 내 주주환원을 계속 확대하기는 어렵지만, 경영여건에 맞춰 점진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실적 부진과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주가 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최치훈 사장은 "올해도 회사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많은 변화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흔들림 없는 견실경영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지속성장 기반을 확고히 함으로써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설치한 거버넌스위원회를 지속적으로 운영, 모범사례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 확립을 위해 만들어진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경영 사안에 대해 공정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전 심의해 이사회에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사외이사 3명과 외부전문가 3명으로 구성됐으며 특히 위원 중 1명은 주주권익보호 담당임원으로 주요주주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이 삼성물산 측 설명이다.
이날 결의된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매출 27조1027억원을 달성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08억원으로 전년(2조6857억원)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전일 종가 기준 삼성물산의 주가는 12만7000원으로, 제일모직과 합병을 결의했던 2015년 5월26일(18만8000원)에 비해 32.4% 줄어들었다.
이에 최 사장의 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게 한 데에 그의 책임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주주는 최 사장의 인사말 도중 "최 사장은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된다.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지금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는데, 아직도 사표를 안 내고, 뭐하려고 여기에 있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최 사장이 머리를 숙이고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개탄스럽다"며 "합병이 사회적 물의가 됐으며 대통령 탄핵까지 가는 국가적 불행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부)와 권재철 한국고용복지센터 이사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이 결의됐으며 이사 보수한도 승인에 대한 건도 통과됐다. 사외이사의 임기가 오는 8월까지지만, 정기 주총을 통해 앞당겨 재선임한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조기대선을 앞두고 '줄서기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장달중 명예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통일준비위원회 겸 외교부 정책 자문위원을 지내고 있으나, 이에 앞서 김대중 정권에서는 국방부 정책 자문위원을, 노무현 정권에서는 통일부 정책평가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 권재철 이사장은 DJ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복지노동행정관,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 노동비서관을 맡은 인사로,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이에 앞서 감사위원장을 맡아온 전성빈 서강대 교수(경영학부)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했다.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의 부인인 전성빈 교수의 임기 역시 오는 8월까지였다.
이에 따라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경제학), 이현수 서울대 교수(건축학),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부) 등 사외이사 수가 5명으로 줄어들었다. 사외이사 수 감소는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합병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통합법인 출범 당시 이사회 구성원은 사외이사 6명 등 총 11명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