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직원 평균 근속 연수 10년째 제자리걸음男 근속 연수 증가 추세, 국민은행 21년 4개월로 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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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인력적체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0년 전과 다를 바 없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4곳 가운데 직원 근속 연수가 가장 긴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남녀 행원을 모두 합친 평균 근속연수는 총 16년 8개월을 기록했다.
국민은행(16년 1개월)과 신한은행(14년 5개월)이 뒤를 이었고, 통합 이슈가 있었던 KEB하나은행은 13년 7개월로 근속 연수가 가장 짧았다.
주목할 부분은 은행원들의 지난해 평균 근속 연수가 지난 2006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이다.
10년 전인 지난 2006년 은행권 평균 근속연수를 살펴보면 국민(16년 8개월)·신한(14년 6개월)·우리(16년 8개월)·하나(15년3개월)로 지난해 수치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이 역피라미드·항아리형 구조를 깨기 위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연간 1만명이 넘는 직원들을 내보냈음에도 의미있는 결과로 이끌어내지 못한 셈이다.
오히려 남자 행원들의 근속연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총 10년치 평균 근속연수를 분석한 결과 국민·신한·우리은행 모두 남자 행원 근속연수가 10년 전보다 늘어났다.
국민은행부터 살펴보면 2006년 17년 6개월에 그쳤던 근속연수는 2011년 19년 1개월로 껑충 뛰었다.
2012년 이후부터는 꾸준히 20년을 넘기더니 2015년에 21년 4개월로 최장 기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역시 2006년 당시 17년 5개월이었던 근속연수가 2014년 21년 11개월로 3년 6개월 가량 길어졌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도 15년 4개월에서 16년 3개월로 늘며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은행권 가운데 통합이슈가 있던 KEB하나은행만 유일하게 평균 근속연수가 감소했다.
10년 전 평균 17년 1개월이었던 남자 행원 근속연수는 통합 직전해인 2014년 19년 6개월까지 늘었다가 2015년(17년 7개월)부터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업계는 은행들이 조직 고령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희망퇴직을 실시해도 높은 호봉을 받는 책임자급 직원들이 은행을 떠나지 않는다면 인력 구조가 개선될 수 없는 상황인데 무작정 대규모 인력 감축만 밀어붙인다는 지적이다.
은행 조직은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급여가 오르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길어질수록 인건비가 늘고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개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새 정부 출범 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정규직 일자리 창출 바람도 향후 은행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매년 일정 규모의 은행원을 정규직으로 뽑아야 하는데 스마트폰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비대면 채널이 늘면서 신입 직원 채용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어서다.
인력 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직원들도 내보내는 상황에서 신입 직원을 정규직으로 계속 채용한다면 기형적인 은행 인력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으로 무조건 직원들을 내보내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고임금을 받는 책임자급들이 은행을 떠나야 임금 부담을 덜고 생산성도 높아진다"며 "채용 역시 필요한 자리에 인원을 채우는 것이 중요한데 정규직 행원들을 무분별하게 뽑다보면 기형적인 인력 구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