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에 발맞춰 공기업의 정규직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전 본사. ⓒ 한전
    ▲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에 발맞춰 공기업의 정규직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전 본사. ⓒ 한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에 발맞춰 공기업의 정규직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산업부 산하기관 41개 공기업과 준공공기관은 최근 대책 회의를 열고 비정규직 3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9일에는 국내 최대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비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4일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격인 국정기획자문위의 산업부 업무보고에서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검토해보라'는 언질이 있을 뒤 단 이틀 만에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은 3만명이라는 숫자를 뽑아냈다. 

올 1분기 기준 한전의 비정규직 직원은 600명 수준이다. 이밖에 청소와 경비 등 파견과 용역 부분까지 확대하면 간접고용 형태의 직원수는 7700명으로 늘어난다. 

한수원도 간접고용까지 포함하면 비정규직 숫자가 7000명을 넘는다. 이밖에 강원랜드 1500명, 코트라(KOTRA) 500명, 5개 발전사 각 500명 수준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까지는 갈길이 멀다. 각 기관들이 정규직 전환 방식에 따라 비용이 큰폭으로 증가할 수 있는 데다 임금과 처우는 그대로 둔채 고용형태만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있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제로화 대책회의에서도 이같은 애로사항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관별 비정규직 현황과 업무 형태, 성격 등을 살펴보고 전환에 따른 재정 규모를 알아보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아직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각 부처나 산하 공공기관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새 정부의 인사가 진행중인 만큼 장관이나 공공기관장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각 부처장이나 기관장들은 초조함을 넘어 경쟁까지 벌이는 형국이다. 

이미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한 한국감정원 등 국토교통부와 미래부 산하 공공기관은 정규직 전환 준비에 들어갔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안에 1만명을 정규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교통안전공단도 이사장 직속 일자리 창출추진단을 신설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가속 패달을 밟으면서 기관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신규 일자리가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기류가 민간으로 옮겨가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기업들의 우려도 상당하다.

지난 25일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획일적으로 추진할 때 산업현장의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내부에서는 노동계는 빠진 채 기업만 책임을 묻는 분위기를 아쉬워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이에 국정기획자문위 박광온 대변인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경총의 비판은 지극히 기업 입장에서 아주 편협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현실을 심각하게 오독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29일 "비정규직을 줄여야 하지만 해결책은 다양한 당사자의 양보와 협조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획일적이고 일방적으로 비정규직을 전환하는 것에 대한 여러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문제제기"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