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증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신문 '결정적 증거' 찾아볼 수 없어"재전문진술 등 간접사실 앞세웠지만…삼성, 최순실에 휘둘렸을 뿐"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이 지루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검이 핵심 인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상대로 삼성의 대가성 승마지원을 집중 추궁했지만, 기소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재전문진술 등 여러 간접사실을 내세우는 모습을 보여 '혐의입증은 물건너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31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21차 공판이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최순실의 승마계 최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박 전 전무는 최순실과 삼성을 잇는 중개역할을 담당했던 인물로, 정유라 외 다른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해 준비된 '함부르크 프로젝트'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검은 박 전 전무를 상대로 삼성의 승마지원 경위와 청와대의 개입 여부, 최순실 영향력 인지 시점 등을 집중 추궁했다. 특히 '삼성→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정유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특검의 전략은 기존 승마계 인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와 비슷하게 진행됐다.

    오전 공판에서는 ▲최순실을 알게된 경위와 시점, 최순실의 영향력을 인지한 경위와 시점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된 배경 ▲정유라에 대한 승마계 내부의 시각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이 작성된 이유와 보고라인 등을 확인하는 신문이 진행됐다.

    여기에 박 전 전무가 정유라의 실질적 후견인이었던 점을 감안해 정유라의 임신사실, 정유라와 최순실의 관계, 정유라의 독일 생활 등도 추가적으로 확인됐다.

    박 전 전무는 "(최순실에게) 문체부에서 제 뒷조사를 한다고 하니까 최 씨가 참 나쁜 사람이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최 씨처럼 '나쁜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문체부 인사를 좌천시켜 조금 놀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 "최 씨가 유라가 집을 나갔다고 울먹이며 연락이 와 수소문했더니 남자친구와 같이 신림동 인근 골방 같은 곳에서 살고 있었다"며 "임신해서 배가 부른 상태라 엄마와 잘 상의해보라고 설득했더니 '나는 엄마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최 씨의 영향력, 최 씨와 정 씨 관계 등을 유추할 진술만 나왔을 뿐, 삼성의 대가성 승마지원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의미있는 증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검은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으로 근무했던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와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주고 받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을 앞세워 대가성 여부를 확인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최 씨를 인지하고 대통령 독대에서 청탁했다'는 결정적인 증언은 끌어내지 못했다.

    문제가 된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이 이 상무의 요청으로 작성됐고 예산안을 축소하는 수정을 수 차례 진행했다는 증언도 나왔지만, 대가성 청탁을 입증하기엔 부족했다.

    이어진 오후 신문에서는 정유라가 독일로 건너간 상황, 박상진·이영국과 만난 경위, 삼성과 코어스포츠 컨설팅 계약 체결 배경, 아시아승마협회장 선출 계획, 정유라 단독지원 배경 등을 확인했지만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삼성의 정유라 단독 승마지원과 관련해서는 김종찬 전 전무, 박재홍 전 감독 등과 마찬가지로 "정유라가 포함된 전체적인 계획이라고 느꼈다. 프로젝트가 정유라 때문에 시작된 건 맞지만 목적은 다양한 선수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의 승마지원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에는 "최 씨의 힘에 의해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삼성이) 회장사로 선수들을 지원하는 거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최 씨의 영향력을 삼성 측에 알려준 적이 있냐는 추궁에는 "나 역시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관계는 언론을 통해 알았다"며 "박 사장을 포함한 삼성 관계자들에게 이들의 관계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무에 대한 증인신문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선 19·20차 공판이 새벽 1시에 마친 것을 감안할 때 박 전무의 신문도 자정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