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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준중형 시장 돌풍을 예고했던 한국지엠의 신형 크루즈가 현대차 아반떼 아성을 깨기는 커녕 기아차 K3에도 밀리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지면서 한국지엠 내에서 애물단지가 된 것. 이로 인해 제임스 김 사장의 내부 입지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산 준중형 판세를 뒤집을 것으로 기대됐던 쉐보레 '올 뉴 크루즈'가 출시 초기 품질 결함과 비싼 가격에 발목이 잡혀 신차 효과를 보지 못하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풀체인지된 올 뉴 크루즈를 지난 2월 8일 선보였다. 하지만 에어백 관련 볼트 교체로 며칠만에 양산을 중단했다. 개선된 부품을 공급받아 양산을 재개했지만 다시 중단하면서 고객 출고가 3월로 연기됐다. 최고의 품질확보를 위해 고강도 전수조사까지 실시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여기에 차값이 비싸다는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대 200만원을 낮추는 특단의 조치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신형 크루즈는 고객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고객 출고가 본격화된 3월 판매량은 2147대를 기록했다. 출고가 밀린 고객들의 차량이 인도됐음에도 미흡한 성적이다. 이후 4월 1518대에 이어 5월에는 1160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전월대비 23.6% 감소한 수치다. 물론 구형 크루즈가 판매되던 전년 동월보다는 34.1% 증가했다.
5월 준중형 1위는 현대차 아반떼로 7834대 판매됐다. 전월 대비 5.2%, 전년 동월 대비 7.5% 줄었지만 왕좌 수성에는 무리가 없었다. 2위는 기아차 K3로 2254대 팔렸다. 신형 크루즈가 1160대로 3위에 머물렀고, 르노삼성 SM3는 4위를 기록했다. SM3는 전월대비 유일하게 판매량이 증가하며 신형 크루즈 추격에 나섰다.
신차 효과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부진한 판매량이다.
업계에서는 높게 책정된 가격과 초기 품질 결함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신차 효과에 힙입어 판매량이 가파르게 상승해야 될 시점에 고객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신뢰를 잃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위기감을 느낌 한국지엠은 아반떼와 비교 시승을 개최하기도 했다. 출시 당시 아반떼와 다른 본질에 충실한 차량임을 밝혔던 것을 재차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일환이다. 하지만 침체된 신형 크루즈를 반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신형 크루즈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을 비롯한 한국지엠 임직원들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신형 크루즈가 이렇게까지 실패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지엠은 판매된지 3개월 밖에 안된 신차에 가격 할인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로 결정했다. 30만원 할인하던 것을 이번달에는 100만원 할인하기로 한 것이다. 신형 크루즈 고객 2000명을 대상으로 100만원의 특별할인과 최대 72개월의 할부 혜택을 제공키로 한 것. 면허 취득 후 5년 이내 크루즈를 첫 차로 구입 시 30만원의 추가 할인도 해준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파격적인 가격할인을 통해 신형 크루즈가 이제 아반떼와 거의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6월에 마케팅 강화를 통해 고객들의 반응을 지켜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연말쯤) 디젤 출시도 예정돼 있으니, 신형 크루즈 상승세를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형 크루즈의 부진은 제임스 김 사장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산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형 크루즈 출고를 미뤘고, 가격이 비싸게 책정됐다는 의견도 반영해 최대 200만원 낮추는 결정을 한 탓이다. 결과적으로 신차 효과 없이 판매는 저조하고, 가격 인하로 수익성 측면에서도 큰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제임스 김 사장은 품질 문제가 불거졌을 때 우선 출고 이후에 향후 무상수리 형태로 조치를 취해도 된다는 의견이 일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불호령을 내면서 사전에 문제점이 인지됐으면 당연히 개선해야 한다고 과감하게 생산을 중단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