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대표사 실적, 미완… "신재생으로 선회해야"불안한 재무구조에 투자개발사업도 '글쎄'
  • ▲ 한화건설이 시공 중인 '동래 꿈에그린' 현장. ⓒ한화건설
    ▲ 한화건설이 시공 중인 '동래 꿈에그린' 현장. ⓒ한화건설


    한화건설이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주택사업 확대와 사업 부문의 고른 선전이 바탕이 됐다. 현 수준의 영업성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택 사업과 이라크 비스마야신도시 사업 외에 추가 포트폴리오 확충이 필요한 상황인데, 회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주택과 비스마야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화건설은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6% 증가한 61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시공능력평가액 1조~2조원대 13개사 평균 증가율 43.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13개 건설사 가운데 한화건설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곳은 동부건설(+143.7%)과 계룡건설산업(+68.6%)이 유이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882억원에서 7119억원으로 21.0% 증가했다. 이 역시 13개사 평균 17.6%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태영건설 +70.7% △KCC건설 +36.8% △한양 +30.3% △쌍용건설 +25.6%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동반 상승으로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6.22%에서 8.56%로 2.34%p 증가했다. 13개사 가운데 한라(+2.51%p)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이다. 영업이익률 기준으로도 태영건설(12.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13개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5.14%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지난해 주택사업 확대와 각 사업 부문의 고른 선전, 해외사업 정상화 등의 결과로 풀이된다. 또 총사업비가 12조원에 달하는 비스마야신도시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선 만큼 올해 실적도 안정화될 것이라는 것이 한화건설 측 설명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올해 역시 '내실경영 강화 및 재도약 기반 구축'을 목표로 안정적 성장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광호 사장이 제시한 '재도약 기반 구축' 계획은 방향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 사장은 연초 '2017년 경영설명회'에서 토목 부문에서는 민자 및 민간사업을 확대하고, 건축 부문에서는 기획제안·개발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플랜트 부문은 이슈 사업장 해소와 함께 국내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해외 부문은 신도시 사업 확대와 수처리 등 신규 공종의 신시장 개척을 계획했다.

    국내 플랜트 부문의 경우 2015년 신고리 5·6호기 사업에 참여하면서 추가 원전 수주 등 에너지 분야가 새 수익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플랜트 분야에서의 성장 기대가 한 풀 꺾였다.

    한화건설은 최 사장이 재임한 2015년 7월 삼성물산 컨소시엄을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 프로젝트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한화건설은 프로젝트 완공을 통해 원전건설 대표사 실적을 확보할 수 있어 컨소 내에서도 '수혜자'로 꼽혔다. 한화건설 역시 해당 프로젝트 실적을 바탕으로 추가 원전공사 수주를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공사를 통해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실제 현재 28%가량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될 경우 관련 계약잔액 996억원이 사라지게 된다. 잔체 수주잔고(18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일감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석탄화력발전소도 마찬가지다. 최근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 감축 정책의 일환으로 공정률 10% 미만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9기이며 여기에 한화건설이 시공 중인 신서천 1호기(1000억원)도 포함됐다.

    국내 플랜트 사업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40%에 불과해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 차원에서는 수익성 있는 사업 부문이 축소되는 만큼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자 토목사업이나 기획제안·개발사업 확대도 아직은 안정화되지 못한 재무구조로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업의 경우 대체로 초기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탄탄한 재무구조가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일단 개발사업 등을 위한 보유용지 확충이 안 됐다. 최근 3년간 보유용지 매입이 전무한 터라 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 재무구조도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힘든 수준이다. 한화건설은 1분기 유동부채 증가(+6.57%)로 유동비율(99.7%)이 6.54%p 감소하면서 시평액 1조원 이상 23개사 평균(119.0%)을 하회했다. 또 개선(-25.1%p)된 부채비율(218.8%) 역시 여전히 평균(146.0%)을 크게 웃돌고 있다.

    결국 미래 먹거리를 위한 추가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은 상태다. 추가 포트폴리오 확보가 지지부진할 경우에는 비스마야신도시와 국내 주택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