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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던 부동산시장이 오히려 들썩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거래도 크게 늘었다. 법원경매 낙찰가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아파트 견본주택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일부 지역 부동산경기가 과열조짐을 보이면서 새 정부 부동산 규제 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지난 5월 대선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5월 마지막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 변동률은 0.45% 오르면서 2006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주요 재건축 아파트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대선 이후 한 달 간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6월9일 기준 한 달 전(5월12일)에 비해 1.49% 상승한 가운데 재건축 아파트는 2.69% 오르면서 상승세를 견인했다.
지역별로는 성동구가 5.21% 오르면서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고 이어 △송파구 2.37% △서초구 1.81% △강남구 1.71% 순으로 올랐다.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강남4구가 아파트값 상승세를 주도한 셈이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도 크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5월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제외) 거래량은 1146건으로, 2007년 분양권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섰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6년 6월로, 당시 899건이 거래된 바 있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분석 결과 5월 매매 거래는 1만416건으로 4월에 비해 2600건 이상 늘었다. 5월 거래량 기준으로는 2006년 실거래가격이 발표된 이후 2006년 5월 1만1631건·2015년 5월 1만2547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아파트 거래량이다.
6월 아파트 분양물량이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견본주택에도 구름인파가 몰렸다. 6월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5만7429가구로, 2000년 들어 6월 기준 최대 물량이다. 대선 이후 미뤄졌던 아파트 분양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정국 불안과 조기대선 여파로 한동안 분양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건설사들이 대선 이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며 "특히 이 가운데 좋은 지역, 좋은 물량이 몰리면서 청약시장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시장에는 학습효과가 있다. 참여정부 당시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IMF 이후 전반적인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부동산시장도 회복한 바 있다"며 "참여정부와 맥을 잇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비슷한 기대심리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전국 법원 부동산경매 평균 낙찰가율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지옥션 집계에 따르면 5월 전국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78.8%로, 경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는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직전 최고치는 2008년 5월의 78.2%였다.
최근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을 끌어올리는 현상은 규제책이 나오기 전에 미리 집을 보유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장재현 팀장은 "하반기 이후 입주물량이 쏟아지는데다 가계부채 관련 종합대책이 예고되는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 위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출규제 전 분양을 받으려는 이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중 유동자금이 갈 곳이 없다는 분석도 여전하다. 대출금리가 여전히 낮다보니 은행에 돈을 넣어두기보다는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재건축 아파트 등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예상치인 2.6%보다 높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시장 상승세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
부동산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카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8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종합대책이 마련될 예정이라 어떤 내용이 담길 지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7월 말로 유예가 종료되는 LTV(주택담보인정비율)과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 강화가 예상된다. 규제가 강화되면 LTV의 경우 현재 70%에서 완화 이전 수준인 50~70%로, DTI는 60%에서 50%(서울 기준)로 강화된다.
하지만 관건은 규제의 강도다. 자칫 규제의 강도가 너무 세질 경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LTV·DTI를 지역별, 주택가격별로 기준을 다르게 해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장 팀장은 "한꺼번에 대대적인 규제를 할 경우 시장 전체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며 "과부하가 걸린 지역에 대해 선별적으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서울 강남권 등 일부 투자수요 시장 외의 지역을 규제하면 실수요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막혀버린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시기적으로도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하반기 이후, 그 중에서도 계절적 성수기인 가을 시장을 지켜본 뒤 적용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조기 도입도 예상된다. DSR은 주택대출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금·이자를 합산해 관리하게 된다.
이밖에도 청약조정대상지역 확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 중단 등이 규제 카드로 나올 수 있다. 부동산시장의 과열 양상이 지속, 확산될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고강도 규제카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규제의 강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LTV·DTI 규제 강화 등 대출규제가 이어지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장을 식히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 입주물량 증가와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 등도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규제의 강도에 따라 자칫 살아나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큰 만큼 대책의 내용과 규제의 강도 등도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 이후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많이 늘어나는데, 과도한 정부 정책으로 집값이 폭락할 경우 대출이 부실해지고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등 주거불안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투기수요는 줄이더라도 실수요는 원활하게 주택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위 조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현대 부동산시장 움직임은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심리적인 요인이 많다"며 "과열 현상이 심해지면 정부로써는 규제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정책 변수에 민감한 부동산시장의 열기도 순식간에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