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행정관 집중 신문 불구 '결정적 증거' 실종"금융지주사 전환 위해 뇌물줬다는 주장은 억측""뇌물공여 사실이라면 공론화 이유 없어…공소 모순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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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28차 공판이 14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김기남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과 최훈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오전 공판에 출석한 김 전 행정관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결정 과정에 대해 증언했다.특검은 삼성의 청탁을 받은 청와대가 복지부에 압력을 가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김 전 행정관을 상대로 관련 사실을 집중 추궁했다.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이 복지부로부터 수차례 삼성물산 합병 관련 동향을 보고 받은 것을 문제 삼은 셈이다.특검의 주장에 김 전 행정관은 "일반적인 상황 파악을 위한 업무 절차"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복지부의 보고를 윗선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상급자들의 개입 및 지시는 전혀 없었다'고 증언해 별소득 없이 마무리됐다.오후 공판에는 최 전 행정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최 전 행정관은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청와대 경제수석실 소속 경제금융비서관실에서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가계부채 및 기업구조조정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금융위로부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아 김철주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등에 전달한 인물이다.특검은 최 전 행정관을 상대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배경과 함께 청와대의 개입 여부, 삼성의 부정한 청탁 여부 등을 집중 확인했다.최 전 행정관은 앞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금융위 관계자들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그는 지난해 1월 금융위로부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과 관련된 문서를 전달 받은 후 김 전 비서관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반응이 저와 비서관 사이에서 공유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신문 내내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졌다는 견해를 강조했다.김정주 금융위 사무관이 경제금융비서관실에 전달한 보고서에 대해서는 "삼성에게 너무 유리한 내용으로 돼있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삼성이 되지도 않는 걸 가져왔네. 뭘 믿고 이걸 추진하냐는 생각을 가졌다"고 증언했다.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내부 검토 과정에서 삼성의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죽을 수 있다는 농담도 나왔다"고 진술했다. 여기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연관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다만 공소사실로 지목되는 삼성의 부정한 청탁이나 청와대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상급자인 김철주 전 비서관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의 지시나 개입이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다.특히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금융위에 검토 요청을 하지 않았고, 금융위가 먼저 보고하기 전까지 검토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증언해 특검의 주장을 무색하게 했다.변호인단은 최 전 행정관의 진술을 앞세워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또 "삼성은 정상적 절차 거쳐서 추진했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독대시 금융지주 관련 대가합의도 없었음이 확인됐다"며 "증인을 통해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금융지주사 전환이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며, 삼성이 원안을 고수하려 했다는 진술에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공무원과 기업인의 입장차에 따른 관점차라는 해석이다.변호인단은 "특검은 삼성이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을 성사시키기 위해 뇌물을 공여했다고 주장하는데 말이 안되는 억측"이라며 "특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추진 단계에서 공개하고 공론화 해서 처리하려고 했다는 모순은 설명할 길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