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한미 FTA 불공정…재협상 시사"자동차, 철강업계 '억울'… 4차산업, 금융권 '불똥' 우려
  • ▲ 한미 정상회담. ⓒ연합뉴스
    ▲ 한미 정상회담.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분명한 성과를 거두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회담 종료 직후 양국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놓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 우리 측으로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숙제'를 떠안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귀국에 앞서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특파원단과 40여분간 간담회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사실상 결정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합의 되지 않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공동성명이 기자들에게 배포된 가운데 (두 정상이 공동 언론발표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며 "저는 공동성명 내용을 알아 거기 맞춰 이야기한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합의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이 무역적자와 특히 자동차, 철강 분야 문제를 거론했고 우리 측은 미국 상무부 자료에서도 한미 FTA가 호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래도 시정의 소지가 있다면 실무 TF를 구성해 FTA 영향을 조사, 분석, 평가해보자고 역제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 외의 부분을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에 대한 합의는 결코 없었으며,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고위급 협의체를 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청와대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 확대를 문제 삼으며 계속해 '공정한 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의 만기가 사실상 2주 전에 끝났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국가우주위원회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한국과의 무역 협상을 협상하기 위해 아침 시간을 보낸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이 자리에 배석했다"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 무역 협정은 만기가 다가온다. 사실 2주 전에 만기가 도래했다. 우리는 협상을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한미 FTA를 거명하진 않았지만, 이는 사실상 만료 시한이 없는 한미 FTA를 겨냥한 것으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단독 정상회담 모두발언 때도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마치 한미 FTA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말해 논란을 야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한 협상이 되길 희망한다. 양측에 공정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특히 미국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무역 손실을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다보면 미국의 주장대로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무역은 아니었다.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011년 86억3000만달러에서 2016년 154억9000만달러로 1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액은 3억5000만달러에서 16억8000만달러로 37.1% 늘었다.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이 더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한미 자동차 무역 간 격차가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만일 한미 FTA 재협상에 들어가거나 비관세장벽 손질 여부를 논의한다면 일부 오해가 있거나 과장된 부분을 우리 정부가 정확하게 설명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 무역에서는 한국산 철강제품의 덤핑과 한국을 통한 중국산 철강의 우회덤핑을 문제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덤핑 수출을 허용하지 말아 달라고 한국 측에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철강은 글로벌 공급과잉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부터 미국 정부의 타깃이 돼왔다. 미국의 한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규제 착수 건수는 지난 2011~2013년 3건에서 2014~16년 8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에는 미 상무부가 지난 3월 포스코 후판에 11.7%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매겼다.

    이어 4월에는 유정용 강관을 수출하는 넥스틸과 현대제철에 각각 24.9%와 13.8%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사실상 모든 종류의 철강제품에 대해 관세를 물린 셈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철강의 미국 수출에도 차질이 생겼다.

    지난 올 들어 5월까지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액은 4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3% 감소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추가로 관세가 부과된다면 철강업계 수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 시장은 우리나라 철강 수출의 약 12%를 차지한다.

    이밖에 4차 산업에 대한 양국협력 제고를 기대했던 업계에서도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통상 갈등을 풀어가고, 사물자동화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 4차 산업분야의 양국협력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 금융권에서도 만료된 한미 통화스와트도 재개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