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진출 위한 대규모 투자 진행 등 미국산 수입 리스크 감당 힘들어"중동산 대비 운임비 부담 및 새로운 유종 도입 따른 시설확충 등 쉽지 않아
  • ▲ 주유소 자료사진.ⓒ뉴데일리
    ▲ 주유소 자료사진.ⓒ뉴데일리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석유시장에서 사실상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정유업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체 수입물량의 8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중동산을 비중을 줄이고, 그만큼 미국산 물량을 늘릴 경우 큰 충격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선적시 200만배럴에 달하는 물량의 안정적인 확보와 운임비, 새로운 유종 도입에 따른 저장시설 및 추가설비 확충 등 해결해야할 숙제가 산더미다.

    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수입 비중을 미국산으로 대체할 경우 단순 수치상으로 대미 무역수지(balance of trade)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또 다른 방법으로 트럼프 정부가 미국산 무기 구매를 늘리는 방법으로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에 나설 수도 있지만, 대화와 타협을 내세운 대북정책을 고수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공산품 수입을 늘리는 경우는 국내 기업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원재료인 석유를 수입하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인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 흑자는 23조원 수준으로, 국내 석유수입액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시가 해외에서 석유를 구매한 비용이 44조원을 넘어섰다. 이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3조원어치 석유를 구매했고, 미국산은 약 1조원을 웃돌았다.

    단순 수치로 보면 석유도입 비중 조절로 얼마든지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인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 할 수 있지만, 풀어야할 숙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론적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방법으로 대미 무역 흑자 폭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것.

    우선 중동산 석유는 늦어도 30일 이내 도착이 가능하지만 미국산의 경우 45일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두바이유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경우 물류비용 측면에서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

    특히 200만배럴의 석유를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규모의 유조선(VLCC)을 채우기도 쉽지 않아 멕시코 등 남미지역을 빙 돌아 와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아울러 중동산에 맞춰 석유제품을 생산하던 기존 설비와 촉매 등을 새로운 유종에 맞춰 변경해야 하는 것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다.

    석유는 생산되는 지역에 따라 탄소(carbon)와 수소(hydrogen)의 비율이 모두 다르고, 그 성상은 생산되는 제품의 양과 질에 직결된다.

    정유업계가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나서 줄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한국가스공사가 매년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2조원(350만t)어치를 20년간 구매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과는 입장이 현저히 다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현재 규모의 경제측면에서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portfolio) 다각화 차원에서 석유화학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이 없는 미국산 석유를 대규모로 도입해 손실까지 본다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