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최대 생산자 석화업계 '미소'…경쟁업종 없어 '독점공급' 가능정유업계, 수소 없이 지상유전 가동 및 탈황 '불가능'…"비용부담 경계"
  • ▲ 수소연료전지 자동차.ⓒ현대자동차
    ▲ 수소연료전지 자동차.ⓒ현대자동차


    수소를 연료로 달리는 자동차가 내달 첫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휘발유(gasoline)·경유(diesel) 등 기존 자동차 연료 공급업체인 정유업계는 '울상', 공장운영 과정에서 부산물로 수소를 생산하고 있는 석유화학업계는 '희색' 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진흥정책과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출시 등으로 수송용 에너지시장에 '수소(hydrogen)'의 등판이 예고된 상황이다.

    현재 새 정부는 수송용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기존 휘발유·경유 등의 화석연료에서 수소 등의 친환경연료로 전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를 예정보다 6개월 앞선 내달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정부와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가 수소를 친환경 수송용 연료로 지목하면서 수소 띄우기에 나선 셈이다.

    이론적으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차는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차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가 산소(oxygen)와 결합해 물(H2O)이 되는 화학반응에서 생성되는 전기를 전력원으로 사용한다.

    수소가 수송용 연료 시장에 등장하면서 국내 수소 생산업체들의 표정은 밝다. 그동안 부산물 취급을 받았던 수소의 수요 증가로 수익성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수소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는 곳은 석유화학업계다. 석유제품인 나프타(naphtha)를 크레킹(cracking)해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수소가 발생한다.

    나프타는 탄소(carbon)와 수소가 결합된 석유제품이고 석유화학사는 탄소와 수소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탄소를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수소를 부산물로 취급한다.

    수소가 수송용 연료 시장에서 주목 받으면서 석유화학업계는 단순 부산물이던 수소의 가치는 현재보다 오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소의 최대 소비처인 정유업계는 수소 가치 상승이 생산비용 증가,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석유화학사가 생산하고 있는 수소는 거의 전량 정유사 수첨공정 등에서 소비되고 있다. 석유화학사는 산업용 가스인 수소를 일부 별도로 가공해 유통하기도 하지만 그 양은 극히 적다.

    정유사는 탄소의 비중이 높아 연비가 좋지 않은 무거운 석유제품인 '중질유(벙커C유)'에서 연비가 좋고 가벼운 '경질유(휘발유, 등·경유)'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수소를 사용한다. 정유사에서 이 시설을 '지상유전'이라고 부른다.

    또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진 황(sulfur)을 석유제품에서 제거하는 과정에서도 수소를 소비하고 있다.

    탄소의 연결고리를 잘라내는 공정이 대부분인 정유사들은 수소를 대량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정유사는 석유화학사에서 공급받는 수소 외에도 자체적으로 수소를 생산해 공급할 정도로 많은 양의 수소를 소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소는 거의 대부분 나프타 크래킹 과정에서 발생되는 수소다. 수소를 전문적으로 가공·유통하는 업체 역시 석유화학사의 나프타 크래킹 과정에서 생산된 수소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아직까지 물에서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지나치게 비싼 생산비용으로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환경공학과에서 지난 200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면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 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전기분해에 사용되는 촉매, 전기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기에 화석연료를 가공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 보다 저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프타 크래킹 외에도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methane)을 가공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 있지만 국내에서 이를 시도한 업체는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수소를 수송용 연료로 사용하겠다는 문재인정부와 현대자동차의 움직임이 석유화학업계에는 기회로 정유업계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하지만 강한 폭발력으로 운반에 제약이 따르고, 도심내 수소 충전소 확보가 어렵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