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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동조합이 제기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과 관련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재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재판부가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줄 경우 기아차는 최대 5조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전체로 확산되면 30조원까지 노동비용은 불어난다.
기아차의 정기상여금이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라는 통상임금 원칙을 충족하고 있어 인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쟁점은 재판부가 새 통상임금 기준을 적용한 전부 또는 일부 소급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지의 여부다.
현재 노조는 상여금 등이 포함된 새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과거 3년(임금채권 기한)간 받지 못한 각종 통상임금 연동 수당을 계산해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사측은 지금까지 해마다 임금협상에서 노사합의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던 만큼 '신의성실 원칙(이하 신의칙)'에 따라 과거 분까지 줄 필요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만약 재판부가 전부 소급을 명령할 경우(기아차 패소 시), 최대 3조원(회계평가 기준)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게 기아차의 주장이다.
기아차 추산에 따르면 우선 2011년 10월 2만7458명의 기아차 근로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2008년 8월~2011년 10월(3년) 임금 소급액만 69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로 2014년 10월 13명의 근로자가 통상임금 대표 소송을 통해 주장한 2011년 10월~2014년 10월(3년) 임금 소급액 약 1조1000억 원에 대한 지급 의무도 생긴다.
이 두 소급분 1조8000억원에 통상임금에 연동되는 퇴직금 등 간접 노동비용 증가분까지 모두 더하면 최대 3조원에 이른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반면 노조가 승소할 경우 당연히 2014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받지 못한 임금까지 소급 지급해달라는 소송이 추가로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큰 만큼 패소에 따른 기아차의 비용 규모는 최대 5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1심 판결이기 때문에 당장 기아차가 이를 모두 마련해 지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판결 시점(3분기)부터 이 예상비용을 회계장부에 '충당금' 형태로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상임금 판결이 현대차그룹의 '도미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만약 이번 판결에서 신의칙이 고려되지 않을 경우, 부담은 기아차 개별 기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각 사업장에서 노조나 근로자들의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전체 노동비용 증가 규모는 20조~3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013년 '통상임금 산정 범위 확대 시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당시 노동계가 주장한 각종 수당이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기업이 부담할 추가 비용 규모를 최대 38조5천509억 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같은 해 5월 한국노동연구원도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액(과거 3년+향후 1년)을 최소 14조6000억 원에서 최대 21조9000억 원으로 계산했다.
통상임금에 고정상여금뿐 아니라 기타수당이 모두 포함되면 약 22조 원, 고정상여금만 인정되면 약 15조 원을 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