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받으려면 조건 추가되고, 집 사라더니 대출 한도는 줄어다주택자도 난감…매수 수요 임대 시장으로 몰릴 가능성도
  •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진퇴양난(進退兩難). 8·2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진로도 퇴로도 막혀 혼란을 피하기 어려운' 현 상황을 가장 여실히 대변하는 사자성어다.


    다주택자에게는 집을 팔라면서 집을 사고 싶은 사람들 대출규제는 오히려 심해졌다. 이와 함께 내 집 마련 기회와 주택 갈아타기 가능성도 희박해 졌다.


    정부는 역대 가장 강도 높은 대책으로 불리는 8·2부동산대책을 통해 가파르게 오르던 서울 등 일부 과열지역 집값 안정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의 불만 목소리가 거세다. 다수의 대책을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하면서 선의의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일례로 8·2대책 전 매매계약을 하고 곧 있으면 잔금납부일인 실수요자들 불만이 가장 거셌다. 대책 발표 전 계획을 세워 집 매매를 계약했으나 하루아침에 대출한도가 줄어들어 목돈마련이 쉽지만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대책 발표 이전 계약금이 건너간 주택거래에 대해서는 새로운 금융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보완책을 발표했지만 쌓였던 불만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1주택자에게도 거액의 양도세를 물리겠다는 방침과 이를 피하려면 2년간 거주하라는 요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투기목적으로 구입한 게 아니지만 상황상 실거주가 불가능한 경우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을 무시한 탁상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세법상 주택 취득시점은 잔금납부 또는 등기접수일 중 빠른 날이다. 즉, 대책 발표 전 집을 계약한 사람도 8월3일 이후 잔금을 치렀거나 치를 예정이면 해당 주택에 2년 이상 거주해야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3040대 내 집 마련 꿈을 품은 수요층의 주택 장만은 더욱 어려워졌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강화됨에 따라 목돈을 쥐고 있지 않으면 내 집 마련 꿈은 언감생심이다.


    정부는 실수요자 우대를 위해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6억원 이하 조건을 갖춘 무주택 가구에 LTV·DTI를 10%p 완화해 주겠다고 밝혔지만,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가격은 이미 올 초 6억원을 넘겨 지난달 6억2888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시내에서 6억 이하 아파트는 찾아보기 힘들 뿐더러 30대 맞벌이 부부의 평균 연소득은 6780만원으로 기준치를 훌쩍 넘어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 실현도 더 어려워졌고, 가족계획과 직장문제로 집을 옮기려는 1주택자들 발에도 족쇄가 채워졌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 85㎡ 이하는 모두 가점제 방식으로 당첨자를 가리기 때문에 젊은 층은 무주택 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가점제에 불리하고, 신규분양 중도금 대출의 경우 기존 주택을 판 대금으로 기존 대출을 갚아야 받을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으면 LTV·DTI가 30%로 줄어들기 때문에 집값의 70% 이상을 확보하지 않으면 주택 갈아타기가 쉽지 않고, 서울 11개구와 세종시 등 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은 가구 당 한 건으로 제한돼 새로 이사 갈 집값은 전부 자기 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다주택자들 역시 불만이 많다. 내년 4월 서울 전역 다주택자 양도세 인상 시점까지 거주하는 집이 아니면 팔라는 게 정부의 제안이지만, 서울 시내 11개구와 세종시는 이미 지난 3일 '투기지역' 지정과 동시에 양도세가 10%p 올랐고, 재건축 진행 아파트 소유자는 분양권 거래가 막혀 팔 수도 없다.


    이와 관련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은 "올 하반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매 분기 10만호를 넘어서는 대규모 아파트 입주 러시가 개시되고 금리인상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전 방위적인 수요 억제책이 자칫 주택시장 전반을 냉각시켜 거래 관망을 넘어서는 거래 동결 현상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LTV, DTI 규제 등으로 실수요자의 경우 주택구입에 어려움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월세 시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 재건축 사업 일정 차질에 따른 서울 및 수도권 공급이 늦어질 경우 수급 균형에 의해 부동산 가격은 우상향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