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의원 등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발의 대학가 장비 구매·관리비 등 업무량 증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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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성 확보 측면에서 대입 면접·구술고사 진행 시 녹음 등을 의무화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7월 발의되면서 대학 현장에서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업무량 가중 등을 우려하고 있다. ⓒ뉴시스
학생 선발 과정에서 면접·구술고사 녹음 등 의무화에 대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면서 공정성 확보, 입시 기능 축소 등을 두고 대학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화여자대학교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입학 취소 처분을 내렸다. 정씨가 체육특기자로 합격했지만 면접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뒤늦게서야 입학 자체를 취소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면접·구술고사 녹음 등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추진되는 모습에 학교 현장에서는 공정성은 다소 갖출 수 있지만, 정작 번거로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6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1일 대표발의한 교등교육법 일부개정안에는 대입 면접·구술고사의 공정성 확보 측면에서 속기 또는 녹음을 진행하고 성적을 보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는 박 의원을 비롯해 10명의 의원이 참여했으며 정유라 사례를 제안 이유로 꼽았다.
2015학년도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선발 당시 정씨는 서류평가에서 하위권이었지만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았다며, 면접·구술고사에 대한 공정성 확보를 위해선 속기 또는 녹음·성적 보관이 의무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씨 사촌인 장시호씨도 연세대 입학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교육부가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정씨가 입학한 1998학년도 입시 자료가 남겨져 있지 않아 특혜 여부는 확인되지 못했다.
'정유라 방지법'을 두고 대학가에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공정성을 확보하더라도, 정작 입시 기능을 위축 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A대학 관계자는 "대입 면접의 경우, 대형대학은 30~50개 강의실에서 면접을 진행한다. 문제가 없다면 녹음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지 않을 듯하다. 다만 학교 기준에서 수험생이 면접을 본 것 뿐인데 주관적 이유로 자료 공개 등이 제기되면 대학에서는 곤란한 입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대학 측은 "녹음, 기록 보관에 따른 녹음 및 저장 장비 등은 결국 대학이 비용을 처리해야 한다. 전형료 인하하라고 하는데, 녹음 의무화는 정작 관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많은 면접이 이뤄졌는데 그동안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2020학년도 입시부터 면접·구술고사장에 녹음 장비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대학이 부담해야 하는 등 향후 개정안 시행 시 또따른 문제들을 우려하고 있다.
한 대학 교수는 "만약 녹음이 진행된다면 어느 지원자가 응시했는지 대학이 직접 분류해야 한다. 공정성 부분에서 대학들은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녹음이 진행된다면, 조직적으로 특혜가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대한 근거 질문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거를 남겨 놓지 않는다면 법안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하라면 하겠지만 저장 및 파일 분류 작업 등으로 번거로움만 늘어날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