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디지털과 메모리사업 협상 선회상황 예의주시 중... "법적대응 검토 안해"투자 규모 7조→9조6천억 확대…자체 경쟁력 강화 집중할 듯
  • ▲ 도시바메모리 욧카이치공장.ⓒ연합뉴스
    ▲ 도시바메모리 욧카이치공장.ⓒ연합뉴스


일본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근접했던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변심에 복잡한 상황에 처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배제되고 미국 웨스턴디지털(WD)에 매각하는 데 급속도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측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자체적인 투자 확대를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 작업은 병행 추진될 것으로 판단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시바는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과 관련 미국 웨스턴디지털(WD) 측과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달 말 정식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SK하이닉스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등이 포함된 한미일연합을 구축하며 인수전에 참가했다.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은 지난 6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꿈도 한발짝 다가선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 매각 협상 내내 리스크로 작용한 WD가 잇달아 제동을 걸며 상황은 급반전 됐다. WD가 반도체 사업 매각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한데다 자국내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협상은 별다른 진전없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결국 도시바는 매각 협상 대상을 WD로 급선회하며 정식계약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형국이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측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한 언론에서 SK하이닉스가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도시바 측의 협상 선회는 일반적인 관행에서 벗어난 도의적인 문제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매각이 완료된다고 해도 법적으로 대응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챙길 만큼 강한 의지를 보였다. 장기적 관점에서 SK하이닉스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5위(10.6%)를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2위인 도시바(17.4%)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강자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에 최 회장은 지난 4월 일본 도시바 경영진을 만나 인수 의지를 직접 피력했으며 지난달에는 코리아소사이티 창립 60주년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며 간절한 인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SK하이닉스에 향후 10년까지 46조원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도시바 인수도 이 같은 공격적 투자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현재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자체 경쟁력 높이는 데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발표한 7조 규모의 투자 계획을 9조6000억원으로 고쳐잡았다.

D램 수요의 안정적인 대응 및 3D낸드 생산규모 확대에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사업경쟁력 강화와 미래성장 기반 확보를 위해 투자 규모를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