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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가을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전세시장이 예상과 달리 조용하다.
8·2부동산대책 이후 집값 전망이 불확실해져 구매수요가 전세로 돌아서면 전셋값 상승과 함께 전세난이 올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서울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재건축 단지 인근 일대 전세시장은 이주수요로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20일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9월11일 기준 서울 전세가율은 65.9%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월 대비 69.1% 보다 3.2%p 줄어든 수치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수준을 알려주는 지표로, 높은 전세가율은 매매가와 전세가 간 차이가 크지 않아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전셋값이 비싸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전세가율이 낮으면 상대적으로 전셋값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전세가율은 전체 전세시장의 맥락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과거 전세가율과 비교하면 해당 지역의 전셋값 상승·하락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실제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를 통해 서울 25개 자치구 전세가율의 변동 내역을 확인한 결과, 8·2대책이 발표된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서울 전체 25개 자치구 중 23개 자치구의 아파트 전세가율이 소폭 하락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세가율이 상승한 자치구는 대규모 재건축 이주가 진행되고 있는 강동구와 강남구, 송파구가 유일했다. 강동구의 경우, 이달 전세가율은 66.1%로 전월 대비 4%p 상승했고, 전년동월과 비교하면 9%p 대폭 상승한 수치다.
이는 6000가구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둔촌주공아파트가 착공하면서 대규모 이주 수요가 단기 집중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둔촌동 L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주수요가 몰리면서 최근 전셋값이 상승하기는 했으나 이주민 상당수가 이미 전세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추가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이달 전세가율이 47.8%, 60.6%로 전월 대비 0.7%p, 0.1%p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자치구의 경우,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전세가율 변동이 없거나 0.1%p~최고 0.8%p 미미한 하락세를 보였고, 전년동월과 비교했을 때는 강동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서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이달 전세가율 73.4%를 기록한 성동구의 전년동월 대비 하락폭이 6.4%p로 가장 컸고, △강서구 -5.9%p △노원구 -5.8%p △도봉구 -5.5%p △중구 -5.3%p △동작구 -5%p △송파구 -4.9%p 순으로 이어졌다.
하락폭이 가장 좁은 자치구는 중랑구로, 중랑구의 이달 전세가율은 81%로 나타났고, 이는 전년동월 대비 0.6%p 감소한 수치다. 이어 △은평구 -1.5%p △금천구 -1.6%p △강북구 -1.8%p 가 1%p대 하락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거복지 로드맵'과 '가계부채대책' 발표가 예정된 10월 이후 전셋값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매매 거래절벽 등 관망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전세매물도 적어질 수밖에 없고, 기존 전세 살던 사람들도 이주할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눌러 앉아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주거복지 로드맵이 확실히 나와야 움직임이 있을텐데 추후 집값 하락을 우려해서 전세보증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세가율이 하락했다고 해서 전셋값이 떨어진 것으로 보기엔 무리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셋값 상승 지역에 대해서는 "서울 강남은 상승하고 수도권의 경우 입주 물량이 많은 동탄은 하향, 공급이 적은 부천·성남 등은 전셋값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시장에서는 전셋값 상승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 그 시기가 오지 않은 것으로 본다. 추석 명절이 지나고 10월로 연기된 추가 대책들이 발표되면 전셋값 상승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