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직후 강세 연출…재료 소멸로 하락 전환대한항공, 기업가치 증대 기대…국내 첫 FSC“中 무비자 기간 연장·겨울 성수기가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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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위한 유럽연합(EU) 경쟁당국(European Commission·EC)의 심사를 통과했지만, 국내 항공 관련주들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무비자 체류 기간 연장과 겨울 성수기 등이 향후 항공주 주가에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20분 기준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포함된 ‘KRX 운송’ 지수는 전장(1065.86)보다 0.13% 오른 1067.22에 거래되고 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176만주, 229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항공주별로 살펴보면 아시아나항공은 개장 직후 5% 상승했으며 ▲티웨이항공(3.99%) ▲진에어(2.75%) ▲에어부산(2.62%) ▲대한항공(2.16%) ▲제주항공(1.59%) 등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항공주가 강세를 보인 배경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대형항공사(FSC)의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영향이다.

    다만, 9시 30분 기준 현재는 전날 뉴욕증시가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차익실현 움직임에 일제히 약세를 보인 점과 재료들을 선반영하는 증시 특성으로 재료가 소멸하자 약세를 그리고 있다. 종목별로는 ▲아시아나항공 –3.28% ▲대한항공 –2.95% ▲에어부산 –1.41% ▲티웨이항공 –1.33% ▲제주항공 –0.95% 순으로 낙폭이 컸다. 진에어 홀로 0.52% 상승했다.

    EC는 28일(현지 시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위한 선결 요건이 모두 ‘충족’돼 심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2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EC는 대한항공에 유럽 4개 중복노선(파리,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로마)에 대한 신규 진입 항공사의 안정적 운항,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매수자 승인을 선행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한항공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객 부문 신규 진입 항공사로 티웨이항공을 선정해 유럽 4개 노선에 대한 취항과 지속 운항을 위해 항공기와 운항 승무원, 정비 등을 지원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EC의 최종 승인에 따라 지난 2021년 1월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을 제외한 13개국의 승인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미국 법무부(DOJ)도 조만간 심사 절차를 최종적으로 종결하고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 간의 결합이 완료되면 대한항공은 여객·화물 운송 실적 기준 세계 7위 수준의 ‘메가 캐리어’로 재탄생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 중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절차를 최종 완료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년간의 독립 운영 기간을 두고 마일리지 통합 등의 화학적 결합에 역량을 집중한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경쟁 강도 약화에 따른 고운임 유지와 비용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통합 이후 2~3년 이후의 마진 수준은 지금보다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고운임의 고착화는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 개선에 더욱 큰 효과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몇 년간의 영업환경은 FSC에게 긍정적”이라며 “원거리 노선의 경쟁 강도가 완화된 상태로 유지되고 유가·금리도 하향 안정화되면서 대한항공은 연간 영업이익 2조원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양사의 결합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된 시점으로 통합 대한항공은 국내 유일 FSC,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서의 밸류에이션이 합당하다는 판단”이라며 “합병 이후로는 대한항공의 원거리 지배력 강화에 따른 여객 수익의 안정적 매출 증대와 영업 레버리지 효과도 일부 기대할 수 있으며 그간 시클리컬 기업으로써 평가돼왔다면 합병 대한항공은 사이클을 탈피한 구조적 성장 가도에 올라섰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 국내 항공주들에게는 중국 정부의 무비자 체류 기간 연장, 겨울 성수기 진입 등도 겹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30일부터 현재 비즈니스·관광·친지 방문 등으로 제한된 무비자 방문 목적에 ‘교류 방문’을 추가하고 무비자로 중국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을 15일에서 30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특히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국공항 국제선 여객은 779만명으로 전년 대비 17.6%, 전월 대비 7.4% 증가했다. 10월 초에는 연휴 영향으로 국제선 여객 수요가 강세였으며 일본, 미주, 동남아 노선에서 여행 수요 증가가 확인됐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의 무비자 정책 발표 이후 중국 노선 예약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4분기는 중국 노선 탑승률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항공 여객, 항공화물 사업은 2025년에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며 “벌크선 해운, 중·단거리 항공 여객 사업의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에 소폭 못 미칠 전망이지만, 중국의 무비자 입국 허용으로 한국인의 중국 여행이 빠르게 증가할 경우 중·단거리 항공 여객 수요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산업은 10월 수요가 좋았던 만큼 11월은 조금 쉬어가는 달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12월 이후에는 겨울 성수기가 도래하면서 일본·동남아 노선의 계절성 우위가 돋보일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중국 무비자 입국 허용 및 항공업 재편 모멘텀이 더해져 항공업종 주가 흐름은 긍정적일 것으로 보이며 중장기 관점에서는 신기재 도입, 신규 노선 개척 등 사업 운영 능력이 주가 차별성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1~2년 안에 항공산업 내 추가적인 합종연횡 이벤트가 있을 것으로 봤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티웨이항공은 대명소노그룹이 지분 26.77%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오르는 등 주요 주주 손바뀜이 있어 보유 현금이 많은 대명소노그룹 주도로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합병 이벤트까지도 상상해볼 수 있다”며 “이스타항공도 언제 매물로 나올지 모르는 상황으로 수십년간 밀려있었던 산업 구조조정 이벤트가 단기 1~2년 내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대한항공 측은 조직 통합에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는 방침이다. 항공업무의 특성상 항공기 운항과 밀접히 연관된 인력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업무의 성격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직무 재교육 등을 통해 인력 재배치를 실시해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향후 통합항공사의 사업량이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필요한 인력도 자연스럽게 늘기 때문에 인력 통합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