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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신입사원 채용 비리부터 임원들의 인사 청탁, 퇴직자들의 규정 위반 등으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감독 주체인 금감원에 대한 지적이 줄을 이으면서 금융권 주요 이슈 등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지경이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금감원 본원에서 이진복 위원장을 비롯한 정무위원 24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의원들 대부분은 금감원의 채용 비리 등 조직 내 문제에 대해 신랄하게 지적했다. 5~7분 가량의 질의 시간 상당 부분을 채용 비리 질문을 하거나 이와 관련한 조언 사항 등을 언급했다.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군포시을)은 “강원랜드의 신입사원 대부분이 청탁으로 입사한 것과 금감원의 채용 비리 문제가 다를 바 없다”며 “엘리트 집단인 금감원의 채용 비리가 심각한데 이는 금감원의 총체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감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 인원을 늘리는 등 52건의 위법을 저지른 바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지난 7월까지 약 1년 반동안 금감원에서 퇴직한 후 재취업한 26명 중 53.4%인 14명이 카드·증권·대부업·저축은행에서 임직원으로 재취업했다.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 인사는 지난해 5월 퇴직 이후 4개월만에 케이뱅크 사외이사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심상정 의원(정의당, 경기 고양시갑)은 지난해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개채용시 16명이 추천을 통해 선발됐으며 금감원이 일부 관련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개 추천과 관련해 금감원이 2건에 걸쳐 연류가 돼 있다. 한 건은 금융감독원의 요청으로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를 금감원장에게 알려줄테니 엄중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 직원들 일부가 금융사 등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징계를 받은 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김한표 의원(자유한국당, 경남 거제시)은 “금감원 직원이 금융회사 직원에게 사적으로 돈을 빌리면 안되는데도 골프티칭프로 자격취득과 자녀 유학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갚지 않은 사례들이 징계를 받고도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임직원 행동강령과 인사관리규정에 따라 직무관련자에게 금전을 빌릴 경우 행동강령책임자에게 신고해야 하고 문제가 발생했을시 징계를 받으면 공표해야 한다. 하지만 신고를 하지 않아 징계 받은 임직원들이 개인 사항이라는 이유로 징계 내역이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정무위원들은 금감원의 자체적인 인사‧조직 문화 혁신 노력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금감원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만큼 자체적인 노력이 외부에서는 믿음이 안간다는 우려다.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각종 비리가 있는만큼 (금감원에) 역할을 맡겨도 되는지 우려스럽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나 다름없다”며 “자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지만 보는 입장에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외부 컨설팅을 맡겨서 TF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흥식 금감원장 취임 직전인 지난 8월 출범한 인사혁신 TF에는 채용 비리와 관련이 있던 임원이 포함돼 있었지만 최근 사임했다.
이에 재직‧퇴직자에 대한 근원적인 인사‧조직문화를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이다.
김성원 의원(자유한국당,경기 동두천시연천군)은 “최근 4년간 국정감사 시정 내용을 보고 왔는데 매년 지적사항이 똑같았다. 특히 일부 직원이 차명계좌를 가지고 주식 매매 일삼았다”며 “금감원은 조직의 해체까지 각오하고 해고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그동안 금감원은 TF 활동 등을 바탕으로 사내 채용 규정을 바꿔 이달 안에 적용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