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배당금 비용 인정되면 법인세만큼 추가 상환… 1862억 세제지원 효과"3~4년간 조기 상환할 테니 현재가치 봐달라"… 8천억 수준으로 원금 감액
-
반년 넘게 끈 은행장 인선을 매조진 수협이 본격적인 공적자금 조기 상환 모드로 전환할 태세다.
수협이 법인세와 공적자금 감면을 조기 상환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국정감사 이후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떠오를 전망이다.
26일 Sh수협은행에 따르면 이동빈 신임 행장이 25일 취임식을 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이 행장은 "임기 3년 내 공적자금을 모두 갚지는 못하지만, 절반 정도는 갚고 조기 상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수협은행의 자산구조가 기업 중심으로 돼 있는데 앞으로 소매금융 기반을 탄탄히 해 경영을 안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협은행은 2001년 한국예금보험공사(예보)로부터 1조1581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애초 내년부터 상환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786억원의 세전 당기순이익을 낸 데 힘입어 올해 3월 127억원의 공적자금을 처음으로 갚았다. 수협은 앞으로 11년간 남은 1조1454억원을 나눠 갚을 예정이다.
이 행장 계획대로면 2020년 10월까지 5727억원을 갚는다는 계산이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공적자금 조기 상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 3~4년간 단기간에 상환을 끝내고 은행 수익을 어업인에게 돌려주겠다는 구상이다.
김 회장은 공적자금 조기 상환의 전제조건으로 2가지를 꼽는다. 수협은행 배당금에 붙는 법인세 감면과 공적자금 원금 감액이다.
법인세 배당금 감면은 지난 9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이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한 상태다.
법안은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에 내는 배당금에 붙는 24.2%의 법인세를 감면해줘 그만큼을 추가로 공적자금을 갚는 데 쓸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어차피 혈세를 갚기 위한 배당금이므로 법인세만큼을 공적자금 조기 상환에 쓰게 하자는 것이다.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이 자회사로 독립하면서 공적자금 상환의무를 떠안았다. 수협은행이 수익을 올려 배당금을 내면 이를 공적자금 상환 재원으로 쓰는 구조다.
배당금을 수협은행의 비용으로 인정해주면 과표 기준이 줄어 법인세를 낮출 수 있다. 이렇게 손금산입을 적용하면 수협은행에 1862억원의 세제 지원 효과가 발생한다.
수협은 공적자금을 조기에 갚으면 연 600억~800억원을 영세 어업인 소득증대 지원사업에 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협 한 관계자는 "개정안이 국감이 끝나면 상임위원회에 상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의원들이 개정안 발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것으로 아는 만큼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적자금 원금 감액이다. 수협은 정부에 원금 감액을 건의할 태도지만, 예보는 말이 안 된다며 선을 긋고 있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수협의 논리는 적잖은 금액을 11년에 걸쳐 받는 것보다 3~4년 단기간에 받는 게 정부로서도 더 이득이라는 것이다. 공적자금 상환과 관련해 이자 등 미래에 발생할 가치만큼을 조기 상환에 따라 차감해달라는 주장이다.
수협 내부에선 공적자금 규모를 8000억원 수준으로 감액하는 안이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법인세 감면 효과까지 더해질 경우 수협의 조기 상환 주장은 흰소리가 아닐 공산이 커진다.
그러나 예보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견해다. 예보 관계자는 "그런 의견을 처음 듣는다"며 "전혀 말이 안 되고 그런 전례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공적자금은 대출금이 아니라 전액 상환하는 우선주"라며 "이자는 없으나 전액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병덕 선임연구위원은 공적자금 감액과 관련해 "애초 계약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계약 내용에) 천재지변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따른 (원금 감액) 변경조항이 있다면 기대를 걸어볼 만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 한 관계자도 "공적자금을 투입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수협이) 이자를 내고 있지는 않다"며 "원금만 갚으라는 건데 원금마저 줄여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협이 원하는 대로 조기 상환 조건이 갖춰져도 실제 상환은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수협은행은 올해 순이익 목표인 1300억원을 이미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발표한 상반기 결산 결과 1196억원의 세전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올해 목표의 92%에 달하는 호실적이다. 지금까지 2000억원쯤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수협은행은 지난해도 786억원의 세전 당기순이익을 냈다. 2013년 555억원을 시작으로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행장도 "지난해 신경(신용·경제사업) 분리로 사업구조가 개편되면서 영업여건이 좋아졌다"고 했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좋다. 2015년 말 1.77%, 지난해 말 1.22%, 올해 6월 말 현재 0.85%로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올해 수익 확대는 충당금이 줄어든 결과라 일시적인 효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경쟁상대인 주요 은행들보다 아직 높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