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대국민보고… 행정연구원용역 12월8일 초안
  • ▲ 청탁금지법.ⓒ연합뉴스
    ▲ 청탁금지법.ⓒ연합뉴스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개정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련 부처는 식사·선물·경조사비 기준액을 '5만·10만·5만원'으로 조정하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여전히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인다. 이들 부처는 연내 가액 조정을 바라지만, 칼자루를 쥔 국민권익위원회는 무책임할 정도로 만만디여서 대조된다.

    30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 실무과장이 참석하는 청탁금지법 관련 비공식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부처 관계자들은 식사·선물·경조사비 기준가액이 가능한 한 빨리 조정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김영록 장관은) 올 추석 전에 가액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면서 "최대한 빨리하되 이왕 개정 효과를 보려면 내년 설 전에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내 개정이 상책이되 늦어도 내년 설에는 바뀐 기준액을 적용해야 농·어업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영춘 해수부 장관도 지난달 25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 말까지는 청탁금지법을 개정한다"며 "권익위에 명분을 주고자 경조사비를 내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부처는 현재 3만·5만·10만원인 기준가액을 5만·10만·5만원으로 조정하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다만 각론에선 부처마다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인다.

    농식품부는 경조사비의 경우 기준가액에 화환 비용 5만원을 별도 기준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견해다. 화훼농가 피해를 고려해서다. 해수부도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은 아니나 농식품부만큼의 절박함은 없다.

    중기부는 농식품부·해수부 견해를 따라간다는 태도지만, 식사비 인상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권익위가 어떤 결론을 낼지 알 순 없으나 선물·경조사비는 어찌 되더라도 소상공인과 관련된 식사비 인상은 꼭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열쇠를 쥔 권익위는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익위는 관계 부처의 기준가액 조정안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다음 달 말이나 12월 초로 예정된 대국민보고에서 견해를 밝힐 것으로 점쳐진다.

    알려진 바로는 권익위는 대국민보고에서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가 발주한 '청탁금지법 시행의 경제적 영향분석 연구' 결과를 소개할 예정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건국대 등과 진행하는 해당 연구과제에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경제·사회적 피해 규모가 산출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권익위가 연구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기준가액 조정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대국민보고에 기준가액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그때 가봐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개정 논의에 있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고 지적한다. 주무 부처임에도 미온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대국민보고 개최일은 물론 어떤 내용과 콘센트로 행사를 치를지조차 결정하지 않고, 관련 부처와 정보공유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달 말께 대국민보고를 한다는데 어떻게 아직도 행사 내용과 방향에 대해 정해진 게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행정연구원의 최종 연구결과가 다소 늦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연구회와 행정연구원이 맺은 연구용역 계약만료는 오는 12월8일이다. 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이날까지 연구결과 초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적으로 수정·보완 과정을 거치므로 최종 결과물은 다소 늦게 나오며 앞당겨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권익위가 연구결과를 대국민보고에서 발표할 계획이라면 늦어도 12월 초로 예정된 행사를 더 늦추거나 최종본이 아닌 초안을 가지고 대국민보고를 진행해야 하는 셈이다.

    권익위가 대국민보고에서 구체적인 기준가액 조정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농식품부나 해수부의 기대와 달리 법 개정이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권익위가 발주한 연구가 아니다"면서 "중간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