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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5대그룹을 대상으로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좀 더 세밀하고 속도감 있는 개혁을 당부했다. 기업들의 변화 노력이 지지부진해 자발적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며 엄중 경고했다. 특히 새롭게 신설된 기업집단국을 통해 대기업 공익재단과 지주회사 수익구조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5대그룹 경영진과의 회동에 앞서 이같은 모두 발언을 했다.
이날 회동은 지난 6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과의 첫 만남 이후 이뤄진 것으로 롯데가 추가됐다.
삼성에서는 사임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이상훈 사장이 참석했다. 현대차는 정진행 사장이 SK와 LG는 각각 박정호 사장, 하현회 사장이 함께 했다. 롯데는 황각규 사장이 처음으로 합류했다.
이 자리에서 김상조 위원장은 “국정 과제로 제시됐던 재벌개혁 공약들이 지지부진하다”며 “기업들의 변화 의지와 노력이 실질적 평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국민들은 의심하고 불편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는 진행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재벌개혁의 큰 골자로는 총수 전횡방지, 불법적 지배구조 승계 차단, 부당 내부거래 방지, 금산분리 원칙 준수 등이다.
지난 6월 회동 때에도 한국경제가 어려움에 직면, 골든 타임이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변화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4개월여 동안의 성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결국 공정위가 강압적으로 재벌개혁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기업들의 자발적 개혁 데드라인을 12월 말로 못박았다. 이때가 1차 데드라인이며, 12월 중순부터 공정위 직원들의 신규채용 작업이 마무리돼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기업집단국 신설을 꼽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기업집단국의 역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기업집단국은 대기업을 조사하고 제재하기 위한 목적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건처리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유의미한 자료로 DB화하는 것”이라며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정확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기
또 김 위원장은 “세제혜택을 받고 있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에 대해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는지 점검하고, 직권 조사를 통한 제재 및 의결권 제한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주회사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즉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 수익은 물론 브랜드, 컨설팅, 임대 등이 지주회사 도입 취지에 맞는지 그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가 없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로비스트 규정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도 부탁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에 계신 분들이 공정위 직원들을 아예 접촉하지 말라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다만 접촉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위반 여부를 사후적으로 확인 징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로비스트 규정(공정위 윤리준칙)은 공정위를 접촉하는 대형로펌 변호사들, 대기업집단의 대관업무 담당 임직원들, 이들 민간회사에 취업한 공정위 OB들을 사전등록 대상자로 지정하게 된다. 접촉 시 외부인들에게는 윤리준칙 준수의무를, 내부자들에게는 사후보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