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실 반영… 3분기 영업이익, 시장 기대치 하회증권가 "빅배스 불구 또 부실 반영… 또 다른 리스크"금호타이어, 보유 지분 블록딜 매각… 매각시점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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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건설 3분기 매출액. ⓒ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예비입찰 마감을 닷새 남겨둔 가운데 매각성사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대했던 실적이 나오지 않은 것보다 더 큰 문제인 추가손실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이 3분기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예비입찰 흥행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비밀유지협약서 제출 기업 가운데 실제 인수를 시도할 만한 곳이 소수에 그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 실현 여부를 알 수 없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8일 잠정실적을 분석한 결과 대우건설은 3분기에 영업이익 113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1064억원보다는 6.95% 늘었지만, 2분기 2458억원에 비해서는 53.7%로 반토막 났다. 또 증권가 예상치인 2200억원대 영업이익 보다 저조한 실적이다.
매출액은 3조98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67%를 기록했다. 2분기 영업이익률 7.89%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731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를 제외하면 지난해 1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에 중동 현장의 원가율을 대폭 조정하는 등 대규모 부실을 일시에 반영하는 '빅배스'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에도 해외사업 손실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카타르 뉴비오탈 고속도로 현장이 단교 사태로 공사기간이 지연되고 자재비와 물류비가 오르면서 1450억원의 추가원가가 반영됐다. 또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에서는 시운전 시행과정에서 예상되는 건설지체상금(LD)도 230억원 발생했다.
그러면서 3분기 해외 원가율은 2분기보다 31.0%p 오른 126.8%로 분석됐다. 올 상반기까지 해외 매출총이익률은 4.2%였지만, 이번 실적 발표에 따라 마이너스(-) 4.5%로 내려앉았다.
대우건설 측은 "예상치 못한 카타르 단교 조치로 자재수급 등에 문제가 발생해 준공원가가 많이 올랐다"며 "매각 이슈가 있는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해 카타르 현장의 부정적 요인을 3분기 영업이익에 선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올 들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다 지난해 말 빅배스로 털어낸 대손충당금 환입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연간 영업익 1조 클럽' 가입에 대한 관측이 잇따랐지만 이번 실적 발표로 실망감으로 돌아섰다.
실제 8월2일 52주 최고가 8320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전날 52주 최저가인 6500원에 마감됐다. 오늘도 2시30분 기준 6420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우건설의 이번 실적은 여러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단순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던 수준이 아니라 향후 해외사업에서 또 다시 추가손실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카타르 고속도로와 모로코 발전소에서 아직 각각 2000억~4000억원의 계약 잔액을 보유하고 있어 공사진행률에 따라 추가손실 가능성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문준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비용이 투입된 현장은 모로코 2조원, 카타르 1조1000억원(이상 도급금액)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인데, 현재 2000억~4000억원의 계약 잔액이 남은 점이 부담"이라며 "3년 주기로 반복됐던 과거 빅배스 추이를 고려하면 중기적 관점에서 해외 원가율이 안정화되는 지를 우선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다은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이 보수적 회계처리로 회계투명성을 높인 점은 긍정적이지만, 해외 프로젝트의 원가율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다소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매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이 올해 1~2분기 연속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잇달아 갈아치우자 지난해 말 중단했던 매각 절차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3개 분기 연속으로 호실적을 내는데 실패하면서 산업은행이 구상한대로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빅배스 이후 세 분기 만에 또 다시 손실이 반영되면서 비단 모로코, 카타르뿐만 아니라 해외 현장에서 추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타르는 지난해에도 800억원의 추가원가가 반영된 프로젝트로, 단교 영향만으로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지난해 해외 잠재부실을 한꺼번에 쏟아낸 뒤 세 분기 만에 또 다시 추가비용을 반영했다는 점은 새로운 리스크"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해외비용이 대부분 마무리 국면에 진입한 건설사들과 달리 다시 리스크가 불거져 손익 기대치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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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소재 대우건설 본사. ⓒ뉴데일리경제 DB
대우건설 매각작업에 불안감이 조성되는 것은 비단 또 다른 잠재리스크의 발현뿐만 아니라 산은과 자율협약 중인 금호타이어가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이상기류도 포착되고 있다.
전날 금호타이어는 1827만7029주(4.4%)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매각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로, 금호타이어는 이를 통해 1150억원가량을 손에 쥐게 됐다. 매수자는 복수의 해외 기관투자자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는 대우건설 보유지분 매각을 오래 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법인 부실이 크게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이 약화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 등은 대부분 차입금 담보로 금융권에 잡혀 있는 상태여서 팔만한 자산이 대우건설 지분 정도였다.
문제는 매각시점이다. 금호타이어가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힌 지난 6일은 공교롭게도 매우건설 매각 '1차 관문'으로 여겨지는 비밀유지확약서 제출 마감일이다. 금호타이어가 산은과 자율협약을 맺어둔 곳이라는 점에서 대우건설 지분 매각이 대우건설 매각 흥행 불발을 염두에 둔 전략적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예비입찰 과정에서 눈에 띄는 원매자들이 등장하게 되면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자체가 주가에 호재가 될 수밖에 없고, 대우건설이 산은이 아닌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게 되면 주가 역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며 "왜 하필 지금을 매각시점으로 잡았는지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매각주관사에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하고, 투자설명서(IM)을 받아간 업체는 20여곳에 이르지만, 실제 인수를 시도할 '큰 손'은 소수에 그쳐 매각 실현 가능성은 아직까지 불투명한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금호타이어 측은 "시점에 특별한 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중국 법인 부실과 재무건전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미 계획했던 대우건설 지분 매각을 서둘러 단행한 것"이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이외에 팔만한 자산이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대우건설 매각주관사로부터 IM을 받아간 20여곳 가운데 국내에서는 재계서열 50위 이내 건설사 2~3개사와 부동산 시행사 등이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소재 기업 등 복수 업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유지확약서는 대우건설 인수 절차 참여를 위한 1차 관문이다. 이를 참여하지 않으면 향후 예비입찰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각주관사는 오는 13일 오후 3시까지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받을 예정이다. 기한 마감 후 추가접수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주관사는 예비입찰제안서를 받은 후 유효 인수후보가 있다고 판단되면 향후 본입찰 일정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