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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일본의 이통사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ICT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 속, 국내 이통사들은 정부의 개입으로 정체된 시장의 돌파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통신비인하 정책에 따른 이통사들의 '허리띠 졸라메기'로, 사실상의 새 성장엔진으로 각광받고 있던 케이블과의 M&A 등 추가적인 인수합병은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은 물론, 국내 이통사들의 글로벌 5G 시장 선점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들을 풀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합종연횡을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올인해야한단 지적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이통사들이 M&A를 통한 글로벌 몸집불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산하 미국 4위 이통사 스프린트와 3위의 T모바일 US(도이체텔레콤의 미국 자회사)의 합병을 시도한데 이어 최근 미국 최고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를 인수했다.
'T모바일-스프린트'간 합병이 최종 무산되기는 했지만, 총 100억 달러(약 11조2000억원) 수준의 우버 지분 인수에 성공하며 또다른 몸집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10억 달러를 직접 투자(신규 주식 매입)해 우버 지분을 최소 14% 확보한 후 기존 주주들의 9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추가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중국판 우버'라 불리는 디디추잉(滴滴出行)과 '동남아시아 우버'인 싱가포르 그랩(Grab) 등 아시아 차량공유업체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세계 차량공유 거대 연합시장을 탄생시킬 전망이다.
앞서 일본 내 1위 통신사 NTT도코모도 최근 신성장 산업들을 총괄하는 '스마트라이프 비즈니스 본부'를 신설하고 쇼핑, 음반, 패션, 야채, 요리 등 다양한 비통신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 NTT도코모는 2009년 TV홈쇼핑 업체 오크론마케팅을 인수했고, 2012년에는 야채 택배업체 래디시보이즈에 지분을 투자하는가 하면, 2014년에는 일본 최대 요리교실 운영업체 ABC HD를 인수했다. 미디어분야에서는 2009년 음악소프트회사 에이벡스그룹과 공동출자해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업체 에이백스 브로드캐스팅&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키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옆집 소식들이 하나둘씩 들려올 때마다 국내 이통업계는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는 분위기다.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통신시장에서 미디어 등 다양한 업체들과의 대규모 합종연횡만이 정체된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임에도, 정부가 이를 가로막고 서있기 때문이다.
통신산업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어도 모자랄 판에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보편요금제 추진 등 통신비인하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이통사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어서다.
더욱이 이 같은 통신비인하 정책들로 인한 매출 감소 요인들을 줄이고자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주파수 할당대가-전파사용료' 인하 호소에만 올인을 하고있는 상황이여서, 대규모 M&A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 ICT 산업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SK텔레콤의 경우, 올초 NEW ICT 산업 생태계 조성·육성을 위해 5조원을 투자할 것이라 다짐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합병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탄은 있는데 투자할 기회를 정부가 주지 않고 있으며, 준비된 실탄마저 통신비인하 이슈를 내걸며 빼앗으려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 이슈만 해결되도 5G, 타 분야와의 인수합병 등 다방면에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니 원론적인 통신산업에만 얽매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정권에선 업계가 통신비인하 이슈에만 매달려 허송 세월을 보낼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지구 반대편에 미국은 말할 필요도 없고, 통신산업에 있어 우리보다 뒤쳐져 있다고 여겼던 이웃나라 일본의 성장세를 그저 바라만 봐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 취소, '주파수 할당대가-전파사용료' 면제 등 다양한 규제 빗장을 풀어 합병 주체인 이통사들이 글로벌 5G 시장 선점은 물론 미디어 등 다양한 관련 산업들이 동반성장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