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직무전결세칙에 따라 진행…"서면 의사결정 무의미""기부금 사용 내용 감시 어려워…공익성 침해받을 수 있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생명에서 미르재단 출연 결정 과정은 기존의 직무전결세칙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반드시 서면으로 의사결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불어닥친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 복구 성금 전달 당시와 비교해도 지급 절차도 다르지 않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홍원학 삼성생명 전무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7차 공판에서 이 같이 증언했다.

최순실씨가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은 지난 2015년 10월 설립됐다. 삼성전자⋅삼성화재⋅삼성생명⋅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이 125억원을 비롯해 다른 대기업에서 낸 출연금은 총 486억원에 달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생명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각각 25억원, 30억원을 출연했다.

이날 증인석에 선 홍원학 전무는 미르재단 출연 승인 이유에 대해 정부가 주도하는 재단에 지원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삼성생명이 집행하는 한해 기부금만 600~800억원에 달해 미르재단에 출연한 기부금은 이례적으로 큰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상성생명의 기부금은 지난 2014년 764억원, 2015년 801억원, 2016년 6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와 비교하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은 총 55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홍원학 전무는 "의사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예산안도 받은 적 없다"며 "금액이 저희가 기부할 수 있는 수준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또 자금 출연 결정 과정 역시 기존의 직무전결세칙에 따라 이뤄진 것이냐는 변호인단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삼성생명이 지난해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성금을 지급한 과정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피해복구 성금으로 25억원을 기부했는데 홍 전무 전결권으로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홍 전무는 "태풍 피해복구 기부금을 전국재해구호협회 전달할 때도 전결권이 있었고 예산안은 받지 않았다"며 "의사결정하고 비용 집행 위해 사업계획서 등 첨부하는게 일반적인 프로세스"라고 했다.

이어 집행 이후 기부금 사용 내용 관련 감독이나 감시를 하냐는 변호인단 질문에는 "회사 홍보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고 공익성을 침해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특정사업에 기부되면 믿고 주는 만큼 관리를 하지 않는다"며 "삼성생명에는 보통 영업이익의 10% 정도를 기부금으로 가이드하고 있지만 특정 금액을 예산으로 정해 그 한도내에서 사회공헌하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