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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의 지주사 전환설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업계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지배구조 개편 여부 및 관련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으나 지주사 전환에 대한 내부논의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이와 관련 현대산업개발 지분구조를 살펴봤다.
현대산업개발의 지주사 전환설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 대기업 중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18.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김상조 공정위원장 등 소위 재벌개혁론자들이 대기업의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요구하는 등 더이상 지주사 전환을 미루는 것이 무의미 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롯데그룹과 LG그룹 등의 대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에 합류하면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연말까지 다른 대기업의 시그널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현대산업개발의 계열사는 총 31개로 그 중 상장사는 현대산업개발·현대EP·아이콘트롤스 3개사다.
지분구조 내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여러 계열사를 두루 거느리며 사실상 지주회사격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
위 지분구조표를 살펴보면 먼저 현대산업개발은 건설부문 계열사 아이앤콘스 지분 95.2%를 보유하고 있고 두 번째 상장사인 현대EP의 지분 46.3%를 보유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하는 현대EP는 산하에 100% 지분을 소유한 중국 4곳과 인도 1곳의 현지법인 5곳을 두고 있다.
이어 현대산업개발은 아이서비스의 지분 56.6%을 갖고 있고 지분보유량 순으로 △호텔아이파크·현대PCE·아이파크스포츠·통영에코파워 각각 100.0% △영창뮤직(87.9%) △아이파크마리나(87.5%) △북항아이브리지(66.0%) △아이서비스(56.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업계는 현대산업개발의 핵심계열사 '아이콘트롤스'에 주목하고 있다.
아이콘트롤스는 1999년 설립된 홈네트워크 전문기업으로 △M&E(Mechanic & Electric) △스마트빌딩 △SOC(Social Overhead Capital)까지 영역을 넓혔다.
지분구조표를 살펴보면 현대산업개발의 주요 계열사의 화살표가 아이콘트롤스로 향한 것을 볼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이콘트롤스를 직접 지배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현대EP와 아이서비스, 아이앤콘스가 아이콘트롤스의 지분을 각각 14.8%, 6.7%, 6.4% 보유하고 있고, 아이콘트롤스는 다시 영창뮤직(6.4%)과 현대산업개발(3.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지분율만 놓고 보면 적은 수치지만 아이콘트롤스는 계열사 중 유일하게 현대산업개발의 지분을 갖고 있다. 그 꼭지점에는 역시 정몽규 회장이 있다.
정 회장이 아이콘트롤스의 지분 29.9%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EP(14.8%)·아이서비스(6.7%)·아이앤콘스(6.4%)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58.0%에 넘는다.
현대산업개발의 지배구조는 정몽규 회장→현대산업개발→현대EP·아이서비스·아이앤콘스를 거쳐 아이콘트롤스→현대산업개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는 정 회장이 자사주와 아이컨트롤스를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의 지주사 전환이 본격화되면 아이콘트롤스와의 합병이 기대된다"면서 "최근 지주사 전환설과 관련 아이콘트롤스의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시 "기업분할 후 아이콘트롤스를 지주사에 합병하면 정 회장의 지분률이 증가해 기업가치도 함께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산업개발은 올 3분기 '경영권지배'를 출자목적으로 한 'HDC민간임대주택제1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이하 1호 리츠)'를 지분구조에 추가했다.
현대산업개발이 1호 리츠의 지분 52.2%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요 계열사인 현대EP·아이콘트롤스·HDC자산운용이 각각 3.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HDC자산운용은 표에는 표기됐으나 정몽규 회장이 87.1% 출자로 설립한 현대산업개발 보유 지분이 없는 계열사다.
올초부터 현대산업개발이 자사주를 사들였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이 임박했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현산은 지난 2006년 9월 이후 자사주를 사들이지 않다가 올 초부터 자사주를 사들이기 시작해 지난해 말 기준 2.4%에 불과했던 자사주 비율을 7%까지 늘렸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5일로 알려졌던 이사회는 근시일 내에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주사 전환 등이 안건으로 상정되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지주사 전환과 관련 구체적으로 결정되는 사항이 있으면 바로 공시하고 알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