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이사회… 임시주총 날짜 정할 듯최 회장 vs MBK, 추가 지분매입 봇물국민연금에 금감원 변수까지 '점입가경'
  •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주주총회 표대결을 향해가면서 양측의 막판 물밑 지분매입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영풍 회계 감리 착수와 함께 MBK의 시세조종 의혹도 재조명되는 모양새로,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주총의 또 다른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다음 주 중으로 이사회를 열고 임시 주총 날짜를 정하기로 했다. 지난 27일 법원이 영풍이 신청한 임시주총허가건에 대해 심문을 진행했는데, 고려아연 측이 이 자리에서 이사회 개최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시 주총은 이르면 내년 초 열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임시 주총에서는 영풍·MBK 측이 요청한 신규이사 14인 선임의 건과 집행임원제도 도입 정관 개정건 등을 두고 최윤범 회장과 MBK 연합 간 표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 수는 13명으로, 이 가운데 장형진 영풍 고문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최 회장 측 인사다. MBK는 이보다 더 많은 이사를 선임,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목표다.

    주총에 앞서 양측 지분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MBK 측의 고려아연 지분은 39.83%로 최 회장 측 지분율(33.93%)과 약 6%포인트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양측 모두 최대한 지분을 늘려 주총 표대결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최 회장 측은 모친인 유증근씨(0.1%), 유미개발(0.03%), 영풍정밀(0.08%) 등 특별관계자가 고려아연 주식 2만6553주(지분율 기준 0.13%)를 확보했다. 지분매입에는 약 265억원을 투입됐으며, 최 회장 측 지분율은 기존 17.05%에서 17.18%로 늘었다.

    여기에 영풍정밀은 지난 28일 이사회를 열고 고려아연 주식을 최대 400억원어치 장내 매수하기로 했다. 이달 27일 고려아연 종가(101만 9000원)를 기준으로 하면 3만9252주(약 0.19%)를 추가 취득할 수 있다. 계획대로 장내 매수가 끝나면 영풍정밀의 고려아연 보유 지분율은 기존 1.92%에서 최대 2.1%대까지 상승하게 된다.

    MBK 측도 추가 지분매입을 시도 중이다. 앞서 MBK는 지난 10월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NH투자증권에 증거금을 전액 예치하고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자유재량 매매(CD)’ 방식으로 매수를 요청, 고려아연 지분 1.36%(28만2366주)를 장내에서 추가 취득했다. MBK가 다시 한번 CD 방식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 ▲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감독원
    ▲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감독원
    이러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대해 처음으로 부정적 의견을 내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MBK의 시세조종 의혹, 영풍 회계 감리 등 조사를 진행 중으로 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자본이 기업을 인수하면 주요 사업 부문을 분리 매각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중립적 자세를 취해왔으나 이날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 원장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이슈는 그동안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인수 부작용을 중심으로 다뤘다”며 “산업은 앞으로 20~30년 동안 중장기적으로 육성해야 하지만 금융자본은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5~10년 안에 인수 기업을 정리해야 한다. (MBK의 영풍 인수 시도를 계기로)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아울러 영풍에 대한 회계심사를 감리로 전환하고 환경오염 관련 손상차손 미인식 등 회계상 문제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15일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한 회계심사에 착수했다. 통상 회계심사는 3~4개월이 소요되며, 회계 위반 혐의 등이 발견되면 강제성 있는 감리조사로 전환한다. 영풍은 심사 약 한달 반 만에 감리로 전환된 셈이다.

    이 원장의 발언과 함께 금감원이 조사 중인 MBK의 시세조종 혐의 결과도 재조명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앞서 두 차례 영풍·MBK의 공개매수와 관련해 수상한 매매 행위가 있었다며 시세조종 의혹을 조사해 달라고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 매도량이 급증, 주가가 하락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MBK 측의 공개매수 성공을 위해선 주가가 공개매수가(83만원)를 초과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초과할 조짐이 보일 때 매도량이 급증해 주가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 MBK·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인수 등에 법적 하자 등이 발생, 임시 주총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사 결과가 임시 주총 이후 나오더라도, 불법적으로 취득한 주식이 활용된 것이라면 분쟁의 불씨가 계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