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케이스로 담당 부서를 찾기 어렵다"
  • ▲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미자유무역협정(FTA)개정협상 추진계획 보고'에 참석한 홍종학 중기부 장관. ⓒ공준표 기자
    ▲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미자유무역협정(FTA)개정협상 추진계획 보고'에 참석한 홍종학 중기부 장관. ⓒ공준표 기자

     

    "대기업의 기술탈취나 납품단가의 일방적 인하 등 불공정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고, 사전 감시와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등 촘촘한 감시를 통해 구조적으로 근절 체계를 마련해 나가겠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벤처기업의 대변인이자 진정한 수호천사가 되겠다."

     

    현 정부 들어 유일하게 청에서 부로 승격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초대 장관으로 지난달 21일 공식 임명된 홍종학 장관의 취임 일성이다. 하지만 홍 장관의 이같은 공언은 취임 후 한달도 채 지나기 전에 무색해졌다.

     

    한 벤처기업가가 "반강제적으로 대기업에 회사를 빼앗겼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상황이지만 중기부마저 "해줄 게 없다"며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 '무한(MUHAN)' 창업자 박 모씨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본지 기사 참조 : http://biz.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0148930)를 통해 영보화학으로부터 받은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지난 2003년 무한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영보화학에 지분 65%를 제공하고 자금 2억3500만원을 투자 받았는데, 10년여가 지나 기업이 커지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나머지 지분 35%마저 헐값에 넘길 것을 종용받았다는 게 주요 골자다.

     

    박 씨는 "건설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30여년동안 힘들게 일하면서 에어컨 배관 기술을 쌓았고 이를 토대로 무한이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했다"면서 "10년여 동안 회사 규모를 몇곱절 이상 키워놨더니 한순간 대기업인 영보화학에 회사도 기술도 빼앗겼다. 이것이 벤처기업인의 말로(末路)인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영보화학은 박 씨가 지분을 넘기지 않자 대표 시절 사업을 영위하면서 거래업체 등에 제공한 금품 등을 문제 삼아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최근 박 씨는 경찰에 출석해 이와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박 씨가 안타까워 하는 것은 자신이 각고의 노력끝에 일궈낸 기업이 '영보화학 임원 퇴직 후 자리 챙겨주기' 용도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실제 무한 대표 자리는 박 씨가 물러난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4년간 영보화학 퇴직 임원들이 1년씩 돌아가며 맡아왔다.

     

    그런데 본지 보도를 통해 이런 상황이 알려졌지만 '벤처 수호천사'를 자처한 중기부조차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흔치 않은 케이스로 이를 담당할 해당 부서를 찾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중기부 관계자는 "물론 도와 드릴 일이 있다면 도와드려야 하는데 이 건은 당사자간 거래여서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법률적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라면 변호사 상담을 도와 드릴 순 있지만 규모가 상당히 커서 이마저도 힘들다. 영보화학이 횡포를 부렸다고 판단을 내리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박 씨는 "정부가 나서 벤처기업들의 억울한 처지를 들어주고 풀어주려고 노력해야 하는 데…"라며 "이런 식이라면 자본과 빽이 없고 아이디어만 있는 벤처기업들은 영업망과 제품생산 노하우, 특허·발명 노하우 등을 대기업에서 습득하면 토사구팽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밖에 안된다"고 아쉬움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