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침해 가능성 윤디자인그룹 100여개 대학에 공문, 비용 부담 대학가 고심
  • ▲ 유료 폰트를 무단으로 사용한 대학들에 대해 윤디자인그룹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데일리DB
    ▲ 유료 폰트를 무단으로 사용한 대학들에 대해 윤디자인그룹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뉴데일리DB


    저작물로 보호받는 글꼴(폰트)과 관련해 대학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유료 상품을 무단으로 사용한 대학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폰트 개발 업체는, 공식적으로 구매할 경우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등록금 동결·전형료 인하·입학금 폐지 등으로 재정 부담을 호소하는 대학가에서는 예산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면서, 자칫 무단 사용 여부가 확인되면 저작권 침해로 인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남겨 놓고 있다.

    28일 대학가에 따르면 폰트 개발사 윤디자인그룹은 이달 초 전국 100여개 4년제 대학에 '대학교 윤서체 캠퍼스 프로모션 2차 공동구매'에 대한 공문을 발송, 27일까지 유료 폰트를 구매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선 전수 조사 등을 통해 불법 이용 여부가 드러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유료 글꼴 구매 관련 공문이 발송된 대학은 2015년 진행된 프로모션 미참여 학교들로, 당시 공동구매에는 60여개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차 프로모션에 나선 윤디자인그룹은 웹디자인 등 폰트 사용이 잦은 대학 홍보팀에 관련 사항은 전달했고, 앞서 지난 11월 대학 홍보 담당자 협의체인 한국대학홍보협의회에 공식 구매 등에 대한 사항을 안내하기도 했다.

    프로모션 기간 중 유료 상품을 구입한 대학에 대해 윤디자인그룹은 학교 산하 유치원·초·중·고교 등을 비롯해 소속 교직원, 학생 등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사용권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용 기한이 없는 윤소호 통합본 라이센스 가격은 재학생 1만명 이상인 곳은 3천만원, 1만명 미만은 2500만원으로 책정됐다.

    단가는 높을 수 있지만, 개별 컴퓨터마다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아닌 일괄 구매로 소속 기관 구성원 모두 저작권 침해 없이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고 윤디자인그룹은 강조했다.

    반면 프로모션 마감일까지 구매 입장을 표시한 대학은 20곳이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디자인그룹 관계자는 "특정 대학이 저작권을 위반했다고 확정한 것은 아니다. 프로모션에 참여하지 않는 대학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문제가 없다면 이의 제기가 없을 것이다. 강요도 아니었고 저렴하게 라이센스를 취득해달라고 요청한 부분이었다. 구입가가 비싸다고 할 수 있지만 1만명 이상이 사용할 수 있다면 작은 규모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료 글꼴은 컴퓨터 외에도 영상,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도 가능하도록 했다. 결재를 받지 못해 신청서를 내지 못했다고 알린 학교는 2~3곳뿐이다. 나머지 대학들은 아예 연락이 없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관심이 없는 듯하다. 전수 조사는 직접 방문이 아닌 별도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로모션을 통해 구매하지 않은 대학이 무단 사용 여부가 확인될 경우 윤디자인그룹은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윤디자인그룹은 인천 소재 초등학교 등에서 유료 글꼴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인천시교육청을 상대로 2015년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1심 재판부는 '일부 침해에 해당된다'며 폰트 개발사의 손을 들어줬다.

    윤디자인그룹 측은 "지난주 열린 2심에서 (윤디자인그룹이) 승소했다. 상고를 할지 모르지만, 확정된다면 저작권 침해에 대한 교육기관의 판례가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유료 폰트 불법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공감하고 있지만,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섣불리 구입을 확정 짓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 소재 A대학 관계자는 "윤디자인그룹이 지적한 유료 폰트를, 앞서 1개 카피만 구매했었다. 학교 전체가 관련 글꼴을 사용한다면 문제가 된다고 한다. 잘 안 쓰는 글꼴이지만, 디자인 분야에서는 이용되고 있다. 구매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B대학 측은 "내부 회의에서 구입 여부를 논의했는데 가격이 비싸다는 부분에서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혹시나 문제가 드러날 수 있어 윤서체 사용을 하지 말라고 했고, 만약 사용 여부가 확인돼 소송이 들어온다면 이후 상황을 보며 대응하려고 한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방의 한 대학 관계자는 "저작권은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앞서 프로모션에서 구매하면서 현 상황에서 자유로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구입하지 않은 대학들은 고민해야 할 사항이 크다. 대학들이 이를 모르고 편하게 썼다면 불법이다. 이에 구입해야 하는데 적은 비용이 아니다"고 대학가 상황을 전했다.

    과거 유료 글꼴을 1~2카피 구매한 대학이더라도, 설치된 컴퓨터 대수가 초과됐다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C대학 관계자는 "저작권이 강화되면서 소송도 있었기에, 저작권을 위반한 대학은 이를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돈이 없으니깐 난감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윤디자인그룹은 전수 조사 등을 통해 저작권 침해 여부가 확인된 대학들에 대해 내년 상반기께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유료 폰트를 구매하지 않은 80여개 대학에서 무단 사용 여부가 확인된다면 수십억원 상당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 구입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대학이 있을 수 있기에 폰트 개발사는 당분간 연락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윤디자인그룹 관계자는 "결재, 회의 등으로 구입을 결정하지 못한 대학들이 분명히 있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27일까지였다. 개별적으로 며칠 여유를 주더라도 연락이 온다면 프로모션 기준에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