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부동산 결산 및 전망③ 경매] 역대 지표 다시 쓴 '기록의 해'… 내년에는?

올해 법원 경매시장은 각종 지표들의 역대 기록들을 다시 쓴 '기록의 해'였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연체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경매 물건은 200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으며 여기에 부동산 경기 상승세와 맞물리면서 가격(낙찰가율)은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다.

내년 부동산시장은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인데다 금리 상승의 여파로 다소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매시장 역시 경색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낙찰가율 하락, 3년간 이어오던 고경쟁·고낙찰가율 시대가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지지옥션의 올해 경매 통계 잠정치 분석에 따르면 경매 진행건수는 10만7000건으로, 지난해보다 14.4% 줄어들었다. 2014년 이후 4년 만에 전체 경매 진행건수가 절반으로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인한 가계부채 연체율 감소 여파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10월 국내 은행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9%로, 예년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개 경매 물건의 65%가량이 금융권 연체로 나오는데, 연체율 감소가 자연스럽게 물건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에는 일반 부동산의 가격 상승과 거래량 증가도 진행 중인 경매 물건의 취하나 변경을 가속시키면서 물건 부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2012년 67.4%의 저점을 찍은 평균 낙찰가율은 6년 연속 오르면서 올해 73.9%를 기록했다. 특히 역대 최고치인 2007년 72.6%를 넘어서기도 했다.

용도별로는 주거시설(87.5%) 및 업무상업시설(68.0%)이 모두 역대 최고 낙찰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토지의 경우 지난해보다 7.1%p 상승한 76.0%를 기록하면서 2008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공업시설도 2년 연속 오르면서 67.4%로 나타났다.

경쟁률을 나타내는 평균 응찰자 수는 4.0명으로, 지난해보다 0.2명 감소했다. 2015년 4.3명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하락세다. 특히 올해 총 응찰자 수는 약 15만명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경매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2005년에는 약 45만명이 응찰에 참여했으며 2016년에도 20만명이 넘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응찰자 수 하락의 원인은 우선 경매 물건 감소와 고낙찰가 영향으로 신건 낙찰이 늘면서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8·2대책 이후 주거시설을 중심으로 대출이 막히면서 하반기 응찰자 수가 감소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8·2대책 이후 고경쟁·고낙찰가율 하락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낙찰가율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낙찰률이 하락하면 유찰 물건들이 증가한다. 이는 저감된 물건 증가로 이어지며 점진적인 낙찰가율 하락을 유도한다.

특히 아파트는 4월 양도세 중과 회피 물량이 얼마나 나오는 지에 따라 낙찰가율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급매 물량이 늘어나면 급매 가격에 맞춰 해당 지역 낙찰가율이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 토지의 경우 귀농·귀촌의 열기가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낙찰가율 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수도권 및 광역시 토지 낙찰가율이 주거시설 낙찰가율과 연동되기 때문에 전체 토지 낙찰가율은 일부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경매시장이 이미 일반 거래시장의 일부로 취급될 만큼 대중화됐고, 내년 4월 다주택자 양도세 물건이 어느 정도 나오느냐에 따라 하락폭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5% 안팎에 머무를 것"이라며 "10월 기준 금감원 가계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최저점을 유지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는 큰 폭의 물건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본격적인 경매 매수 타이밍은 물건이 늘어나는 하반기 이후로 잡아야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은 "기준금리가 올랐지만, 연체율이 증가하기까지는 시차가 있어 금리 인상에 따른 경매 물건 증가는 내년 하반기에 나타날 것"이라며 "낙찰가율은 이 같은 심리를 반영해 이보다 먼저 하락세를 보이다가 하반기에는 낙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