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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지만 가상화폐 시세는 오르고 있다.
이미 시장에 발을 들인 투자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오는 6월 지방선거의 표심으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당국이 뚜렷한 대책은 물론 효과적인 경고 메세지도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6개 은행을 상대로 가상계좌 합동검사를 시행한 것을 소개하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직접 조사를 강화하고, 은행이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제대로 하는지 검사해 문제가 있으면 거래소에 내주는 가상계좌 서비스를 중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과 달리 가상화폐 시장은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일부 가상화폐는 금융당국의 발표 이후 국제시세는 떨어지는데 국내 시세는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장은 이미 가상화폐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금지를 당국이 주도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거래로 발생한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안이 유력한 상황에서 과세는 곧 가상화폐 거래를 합법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며 오히려 시장에 기름을 붓고 있다.
또 가상화폐를 상품으로 볼 것인지, 자산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부가가치세와 양도소득세 부과에 대한 기준 자체가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암호화폐가 투기와 범죄 시장으로 규정하면서도 세금은 부과하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는 비판에 대한 반론 역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강력하고 효과적은 규제 방안을 금융당국이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 지속되자 시장은 학습효과를 쌓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가상화폐에 대한 경계를 처음 드러낸 시점은 지난해 6월이고, 이후 전일까지 7번째 대책이 발표됐지만 오히려 시장은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작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8일 최 위원장의 브리핑의 핵심은 시장 규제에 필요한 입법 과정을 밟기 이전에 우선적으로 시중은행에 압박을 통해 자금줄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은행을 자금세탁 방지 의무에 대한 내용으로 제재하기 시작하면 최소한 신규 투자자들의 유입은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날 최 위원장은 "은행 점검 결과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행위가 적발되면 가상계좌 서비스 제공을 중단시키도록 하겠다"며 "거래소에 대한 직접 규제는 아니지만 사실상 거래를 차단하거나 거의 봉쇄하는 효과까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모든 대안을 검토해 할 수 있는 최대 수준까지 시장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내며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공신력, 금융업에 대해 인정할 생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관건은 이미 시장에 뛰어든 200만명에 대한 고민이다.
이미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거나 시장의 영역을 정부가 개입한다는 반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쏟아지는 가운데 거래소 폐쇄를 강행할 경우 6월 지방선거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과 정부의 딜레마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풍선효과에 대한 부분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정부 규제로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가 막혔지만 중국 투자자들은 장외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거래를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우회 매매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거래의 원천 차단이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